[마켓투데이]‘GM 파산’이 출발신호? 내달리는 美증시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1일 미국 주식시장에서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었던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선고가 내려졌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미 증시는 강력한 랠리를 펼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최종 경기선이라고 불리는 200일 이동평균선을 힘차게 돌파했다. 기술적으로 주가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하게 되면 증시는 본격적인 경기랠리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간주한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기 회복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었던 GM의 파산이 주식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한 이유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당초 GM이 파산하게 되면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해 구매력이 감소하여 세계경제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두려워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반응이다. 마치 기능을 상실한 노후 선박 한 채를 해체하는 정도로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사실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구경제(Old Economy)의 상징이었다. 신경제(New Economy)의 회사들인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시스코시스템스, 월마트, 애플과 같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수백만 명의 종업원에 비해 보호해야 할 가치가 떨어진다.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업에 직접 종사하고 있는 종업원 수도 그렇게 많지 않다. 미국의 신경제는 경쟁력을 상실한 GM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제조기지를 아시아로 이전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뿐이라는 것을 주식시장이 확인시켜 주었다.

GM의 파산선고와 동시에 경기회복을 알리는 경제지표는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의 ISM 제조업지수는 5개월째 개선되어 경기회복 신호를 보내주고 있다. 주택시장에서도 3개월째 개선 신호가 나온다. 중국의 4조 위안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이 중국뿐 아니라 세계경제 회복에 작용하고 있다. 자원수출국인 러시아, 브라질, 캐나다, 호주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도 중국 덕이다. 미국도 중국에 국채를 판 돈(빌린 돈)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글로벌 뮤추얼 펀드로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1차 유동성 랠리를 놓친 증시 주변 자금들이 2차 경기랠리를 놓칠까 초조해 속속 랠리에 가담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이 상품시장으로 자금을 투입해 석유, 금, 원자재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다. 최근의 상품시장 가격이 세계경기 회복으로 인한 실질 수요보다 좀 더 앞지르고 있는 이유는 헤지펀드의 투기성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장기국채금리가 상승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의 자금흐름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따름이다.

어제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또다시 레버리지(Leverage·차입확대) 바람이 불고 있다’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세계 금융시장의 신용위기로 디레버리지(Deleverage·자금회수) 바람이 분 지 2년 만에 반대 현상의 자금 흐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었으니 본격적인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해 위험자산 선호현상으로 회귀하고 있다. 레버리지가 높아지는 국면으로 진입한 것은 돈이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며 경기회복을 더욱 가속화하게 된다. GM의 이야기는 이제 미국 증시에서는 흘러간 옛이야기일 뿐이다.

박 춘 호 주식투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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