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수 단장 “외국인, 한국의 보호주의 우려…투자 망설여”

  • 입력 2009년 6월 5일 02시 59분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수익률은 세계 평균치보다 높다. 하지만 한국은 외국인들이 투자하기를 여전히 꺼리는 곳이다.”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상무부 부차관보를 지내고 2006년부터 KOTRA의 외국인투자유치기관인 인베스트코리아를 맡고 있는 정동수 단장(사진)은 3일 “한국에 대한 FDI가 줄어드는 게 꼭 세계적인 경제 불황 때문만은 아니다”며 “외국인투자자들이 보기에 한국은 보호주의적 정서가 강하다고 생각해서 투자하기를 망설인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FDI 유치의 문제점을 설명하기 위해 미 조지타운대 아서 알렉산더 교수가 최근 발표한 ‘한국의 낮은 외국인직접투자의 시사점 및 정책 방향’ 보고서를 인용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투자가들의 대(對)한국 FDI 수익률은 2002년 12%, 2005년 14%였다. 이는 같은 기간 세계 평균 수익률보다 각각 4%포인트와 2%포인트 높은 수치다. 그럼에도 경영컨설팅회사인 AT커니가 2007년 전 세계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FDI 선호국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국은 25개국 가운데 24위에 머물렀다.

정 단장은 “한국은 신흥개도국과 같이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안정적이고 확실한 투자처”라면서 “한국의 투자 환경에 대한 외국인들의 부정적 인식이 FDI를 가로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싼 2006년 사법당국의 수사와 국민 정서 악화도 이 같은 분위기를 심화시켰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 단장은 “외국인들이 많이 벌어 가면 곧 국부 유출이라는 단선적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DI가 활성화돼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근로자들의 임금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정 단장은 FDI가 활성화되면 중소기업들이 국내 대기업 외에도 ‘기댈 곳’이 생겨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들이 국내 대기업들 대신 노키아와 같은 외국 회사를 먼저 찾아가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부 한국 대기업들의 공격적 인수합병(M&A)이나 기술 빼돌리기에 힘없이 당하고 ‘먹히기’보다는 적절한 대우를 받고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 워싱턴을 다녀온 정 단장은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올해 안에는 비준될 것 같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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