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펀드에 투자…은퇴후 현금화 쉽게 해야
“한국인이 가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70% 이상이라는 점이 우려스럽다.”
글로벌 퇴직연금 세미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피델리티 투자자교육연구소의 노지리 사토시(野尻哲史) 소장은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도 은퇴 이후를 대비해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7년부터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은퇴연구소장과 투자자교육연구소장으로 일하며 은퇴 이후를 대비한 투자에 대해 연구해 왔다.
노지리 소장은 은퇴 준비가 부족한 나라로 일본과 한국을 들었다. 일본은 1980∼1990년 유례없이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버블 경제’를 겪었고 당시 일본인이 가진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60%에 이르렀다. 그때 40, 50대였던 이들은 ‘부동산만 있으면 노후는 문제없다’고 생각했지만 10여 년이 지나 은퇴한 지금은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빠지고 쉽게 현금화하지도 못해 여유로운 노후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노지리 소장은 “한국인들이 노후를 위해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부동산은 자산 가치가 하락할 수 있고, 은퇴 이후에는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이 더욱 필요한 만큼 부동산은 은퇴를 위한 투자로 추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여성들이 남편을 비롯한 가족의 노후는 걱정하지만 본인을 위한 투자에는 무신경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피델리티 투자자교육연구소가 올해 4월 일본 여성 6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여성이 남편의 노후를 위해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을 위해선 투자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노지리 소장은 “한국과 일본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더 길어 2050년에는 80대 여성 인구가 전체 인구의 13%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남편이 먼저 사망하더라도 노후에 혼자 생활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자신의 몫으로 매달 소득의 일정 비율을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과 한국의 은퇴 준비를 살펴본 결과 은퇴 이후에 받는 소득과 기대하는 소득의 격차가 크다며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한 투자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7∼2008년 피델리티 조사 결과 일본인이 은퇴 후 받는 소득은 국민연금과 퇴직금, 개인저축 등을 고려해도 희망하는 수준의 47%에 불과했고 한국인의 은퇴 이후 소득은 여기에도 못 미치는 41%였다.
노지리 소장은 국민연금이나 퇴직금에 의존하기 전에 매월 소득의 일정 비율을 떼어 주식, 채권, 펀드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그는 “평균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에 60대에도 70∼80세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매달 연금 등으로 들어오는 소득의 일정 비율을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