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 3D TV 선보이고 방송-통신 결합도 추진
3조 넘는 재원 마련 부담
“지역의 독점 사업자로 안주하던 케이블TV방송 업체(SO)들이 이제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4일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주최로 열린 ‘디지털케이블TV쇼’를 참관한 한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케이블 방송의 기술과 서비스를 일반에 소개하는 이 전시회는 원래 케이블 업체끼리 장비와 콘텐츠 거래를 하기 위한 행사였다. 그러나 인터넷TV(IPTV)를 앞세운 통신 대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기 시작한 작년부터 달라졌다.
올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디지털 케이블TV를 소개하기 위한 대대적인 행사로 마련됐다. ‘우리들만의 잔치’로 시작해 ‘시청자를 위한 잔치’로 변신한 셈이다. 7일까지 이어지는 행사 기간 중엔 매일 소녀시대, SG워너비, 태진아, 송대관 등이 출연하는 축하행사를 잇따라 개최해 대전시민의 발걸음을 끌 계획이다. 이에 힘입어 전시회 참가 업체는 2003년 32개사에서 올해 100개사로 늘어났다. 관람객도 1600명에서 3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전시회의 최대 화두는 케이블 업계가 IPTV의 공세에 대응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이었다. 방송과 통신을 결합한 융합 서비스도 관심을 끌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는 3차원(3D) TV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인터넷에 오른 방송 콘텐츠를 내려받아 볼 수 있는 셋톱박스를 전시했다. 대전지역 케이블 업체인 CMB는 고화질(HD) 케이블방송 서비스와 인터넷 서비스 체험관을 마련했다. 모두 디지털TV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케이블 업체가 공동 설립한 통신업체인 KCT는 인터넷전화와 TV를 연동한 TV 영상전화 서비스를 전시했고, 서울지역 케이블 업체인 씨앤앰은 TV를 통해 전화 발신자 번호표시, 메시지 관리 등을 구현한 ‘콜러ID’ 서비스를 내놓았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승재 KCT 마케팅팀 차장은 “케이블 업체가 가진 가입자 기반을 활용하면 통신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 업체들은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에 이어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해 통신업체와 경쟁을 벌일 계획이다. 길종섭 케이블협회 회장은 이날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를 제공해 이동통신 요금 인하와 같은 혜택을 국민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디지털전환 비용은 고민
케이블 업계는 2012년 TV방송의 디지털 전환(아날로그 방송 중단) 시점을 앞두고 3조8000억 원에 이르는 전환비용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케이블 시장은 전국 77개 권역에 100여 개 사업자로 쪼개져 있어 업체당 평균 매출액이 200억∼300억 원에 그치는 소규모다. 가입자당 월평균 요금도 미국의 6분의 1 수준인 7000원대에 그친다. 이에 따라 디지털 전환과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운 처지다.
이에 길 케이블협회 회장은 이날 개회식에서 “기초생활 수급자는 물론 차상위 계층 등 모든 국민이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케이블 업계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케이블 업계가 디지털 전환을 책임질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이에 앞서 방통위에 저소득층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비용 4000억 원 가운데 일부를 부담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길 회장에 이어 축사에 나선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케이블의 디지털 전환 없이는 디지털 시대의 완성이 불가능하다”고 화답하면서도 정부 지원에 대해서는 “케이블 업체의 투자 여건 개선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는 데 그쳤다. 케이블 업계가 기대한 전환 비용 지원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전=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