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보고서, 고객 눈높이 맞춰 알기쉽게

  • 입력 2009년 6월 5일 02시 59분


자산운용사들이 이제야 개인 투자자를 ‘왕(王)’으로 모시기 시작한 걸까. 일반인들은 이해하기가 힘들어 “외계어로 쓴 것이냐”는 비아냥거림을 듣기 일쑤였던 펀드 운용보고서가 친절해지고 있다.

삼성투신운용은 4일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단어를 자산운용서 보고서에 쓰도록 하는 권고 지침을 내놨다. 펀드 매니저들이 운용보고서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기저효과 승수효과 매크로변수 언더퍼폼 등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가령 디레버리징→부채축소, 디커플링→탈동조화, 디폴트리스크→부도위험 등으로 바뀌게 된다.

앞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동영상 운용보고서’를 발간했다. 딱딱한 기존의 종이 보고서 대신 직접 말로 설명해주는 동영상 자산운용보고서를 CD로 제작해 지난달 18일부터 발송하고 있다. 동영상에는 아나운서가 직접 출현해 “펀드의 3년간 수익률이 연 7.4%로 은행 정기 예금금리를 앞서는 수준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없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저희의 불찰입니다”라며 친절히 설명해 준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기존의 운용보고서에 담당 펀드 매니저들의 편지를 첨부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4월부터는 개인 펀드투자자 상담을 전담으로 맡은 PA(Product Advisory)팀을 신설했다. 이 회사 이은경 과장은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담당자들이 개인들이 투자한 펀드의 성과를 대화하듯이 설명할 예정”이라며 “매니저와 개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시장 상황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증시가 폭락한 데다 펀드 가입요건을 강화한 자본시장법의 영향으로 펀드 가입자는 줄고 있다. 또 수익률이 하락하자 기존 펀드를 환매하고 직접투자로 돌아서는 ‘앵그리 머니(angry money)’가 늘어난 것도 한 가지 이유다.

투자 전문가들은 간접투자 문화가 다시 활성화되려면 이번 기회에 운용보고서뿐 아니라 펀드 서비스 전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펀드 운용보고서뿐 아니라 투자자가 펀드에 가입할 때 접하는 투자설명서부터 쉽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펀드 수수료의 절반 이상을 매년 챙겨가지만 한 번 판매한 이후에는 아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은행과 증권사 등이 투자자를 위한 사후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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