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美 빅3… 애국심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6월 5일 03시 00분



GM-포드 등 지난달 판매 증가세 뚜렷
한-일 업체 주춤… “일시적 현상” 분석도

미국인의 애국심이 발동한 걸까, 일시적인 마케팅 효과인가. 지난달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회사 ‘빅3’의 미국 내 판매량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이들 회사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됐던 일본과 한국 자동차회사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각에선 ‘환율 효과’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다 미국인의 견제심리까지 나타나면 한국 차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포드는 지난달 판매량이 전월 대비 19.6% 증가했다. 파산보호 신청을 한 GM과 크라이슬러도 각각 11%와 3% 증가했다. GM은 시장점유율 20.1%로 1위를 지켰다. 포드는 17.4%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일본의 도요타는 전월에 비해 판매가 다소 늘었지만 2개월 연속 미국 시장에서 포드에 뒤졌다. 도요타의 지난달 판매량 15만2583대는 지난해 5월에 비해 41%나 감소한 수치다. 혼다와 닛산도 각각 39%와 33% 판매가 감소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시장점유율이 전월 대비 0.5%포인트 떨어진 6.8%였다. 점유율이 7%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2, 3월 연속 7.6%를 기록한 후 내리막 추세다. 4월 처음으로 일본 닛산을 제치고 차지했던 미국 시장 6위 자리도 한 달 만에 다시 내줬다. 일본 회사들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판매 감소폭이 작지만 지난해 5월에 비해 판매는 20% 안팎 감소했다.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예상을 뒤엎은 선전(善戰)에 대해 자동차 업계에선 해석이 분분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소비자들이 미국 차 구매에 긍정적인 답변을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정보사이트인 ‘에드먼즈닷컴’은 지난달 크라이슬러 차를 구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가 4월에 비해 72%나 늘었고, GM 차량 구입 희망자도 최근 2주간 증가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 일본과 한국 차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했을 수 있다” “지나치게 눈에 띄는 공격적인 마케팅이나 홍보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현재 미국 경제 활동의 주역은 ‘빅3’에 대한 선호도가 낮다”며 “자국 자동차에 대한 동정심도 작용했겠지만 최근 GM, 포드가 공격적인 할인 판매를 한 데 따른 현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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