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출시 32종중 폴더형 15종
작년 최장 슬라이드폰 추락
“앞으로는 터치폰이 대세”
'폴더형'이 한국 휴대전화 시장의 맹주로 재림(再臨)했다. 수년 간 시장을 장악했던 '슬라이드형'이 몰락한 대신 '터치형'이 새로운 강자로 도약하고 있다.
●잊혀졌던 폴더의 재기
동아일보 산업부가 2006년부터 올해 5월까지 한국 시장에 나온 휴대전화 328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까지 60% 안팎이던 슬라이더형의 비중은 올해 22%까지 추락했다. 반면 폴더형이 올 들어 나온 32개 제품 중 가장 많은 15개(47%)였고, 터치형이 10종(31%)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유형별 비중은 △슬라이드 58% △폴더 26% △터치 14% 등이었다.
폴더형은 1996년 미국 모토로라 '스타택'이 히트를 치면서 주류로 자리 잡았던 모델. 폴더형의 등장은 당시까지 '유이(有二)'했던 바(Bar)형과 플립(Flip)형을 단숨에 구시대적 제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2000년대 중반 슬라이드형이라는 새로운 디자인의 출현과 함께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폴더형 휴대전화는 올해 극적인 재기에 성공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슬라이드형 제품의 몰락에 대해 휴대전화 시장이 '기능'과 '실리'를 각각 추구하는 쪽으로 양극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능을 중시하는 계층은 터치형을 선호하고, 실리를 찾으려는 고객들은 폴더형을 우선순위에 둔다는 것이다.
40, 50대 중장년층은 사용하기 쉽고 화면이 큰 실속형 제품들을 주로 찾고 있다. 또 중장년층의 휴대전화 구매파워도 예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시판된 지 2년간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한국에서만 170만 대가 팔린 LG전자 '와인폰'이 대표적 사례. 이에 따라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폴더형 제품들을 잇달아 만들어내고 있다.
●향후 대세는 터치
3세대(3G) 이동통신 가입자가 2000만 명에 이르면서 10,20대를 중심으로 영상통화나 모바일인터넷, 차별화된 사용자환경(UI) 등에 대한 요구가 부쩍 늘어났다. 이들은 액정표시장치(LCD) 화면 크기가 보통 2인치 중반인 슬라이드형보다 3인치대인 터치형을 선호한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2007년 LG전자 '프라다폰'을 통해 한국에 첫 선을 보인 풀터치스크린형은 이후 연이은 대박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전자 '햅틱' 시리즈 3종은 지난해 3월 이후 150만 대 이상 팔렸다.
휴대전화 형태의 변화는 해외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국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세계 휴대전화 시장은 터치 열풍에 빠져들었다. LG전자 '쿠키폰'은 시판 6개월 만에 300만 대가 팔렸고, '아레나폰'은 선주문 100만 대 돌파라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터치위즈폰'을 유럽에서 1년 간 600만대 이상 팔았다.
마창민 LG전자 상무는 "휴대전화 형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needs)에 따라 시대별로 변해 왔다"며 "현재로서는 폴더폰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는 터치형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수년간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