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차가 달라졌어요”… 포르테-쏘울-로체 변신의 비밀
외환위기 직후 경영난에 처한 기아차를 구한 것은 ‘카니발, 카렌스, 카스타’ 등 레저용 차량(RV) 3총사였다.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기아차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데는 지난해 출시한 포르테, 쏘울, 로체이노베이션 트로이카의 돌풍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 사장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디자인 경영’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이 올해 1분기(1∼3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기아차는 17.4% 감소하는 데 그쳤다. 내수(內需) 시장 판매에서는 오히려 같은 기간 6.7% 증가했다. ‘디자인 트로이카’ 덕분이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가 RV 명가(名家)라는 과거에 매달려 있었다면 이번 위기에서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혁신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의 신차를 잇달아 내놓은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 디자인 경영의 생활화, 그리고 이어지는 국내외 호평
지난해 4월 기아차는 디자인 슬로건을 각종 사무용품과 문서 서식 등에 사용하며 디자인 경영의 생활화에 나섰다. 슬로건은 ‘DESIGN’ 알파벳 중 ‘S’를 호기심을 나타내는 ‘?(물음표)’로, ‘I’를 창의적 아이디어를 나타내는 ‘백열전구’로 표현했다. 이는 고객의 요구에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 좀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자는 정 사장의 경영 철학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디자인에 쏟는 정 사장의 열정은 지난해 6월 미국 디자인센터 완공으로 한국-유럽- 북미를 잇는 글로벌 디자인 네트워크 완성으로 나타났다. 이들 디자인센터는 다양한 공동연구 활동을 통해 기아차 디자인의 정체성과 글로벌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자동차 디자인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국내외 디자인센터에서는 100여 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해 다양한 협업으로 새로운 디자인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 남양디자인센터는 글로벌 디자인 개발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사옥에는 미래 디자인 트렌드 연구를 위한 선행디자인연구 부문이 별도로 있다. 이 같은 정 사장의 디자인경영은 지난해 대한민국 디자인 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쏘울’이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레드닷 어워드’를 받았다. 지난해 초부터 잇달아 선보인 쏘울, 포르테, 로체이노베이션, 쏘렌토R에 대해 국내외 소비자와 언론 매체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