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부족한 2%’ 디자인이 채운다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50분


현대자동차는 초대형 럭셔리 세단 신형 에쿠스를 올해 말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선보인다. 첫 고유 모델인 ‘포니’를 수출하기 시작한 지 꼬박 33년 만이다. 1990년대 말까지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싸구려 차’ ‘고장 많은 차’ ‘볼품없는 차’의 대명사였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선 단골 놀림감이었다. 2000년 이후 정몽구 회장의 강력한 품질 향상 드라이브로 몇 년 새 현대차의 품질은 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 급격히 좋아졌다. 하지만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불리기엔 ‘2%’ 부족했다. 현대차는 또 한 번 도약을 시도했다. 정 회장은 ‘브랜드 경영’을 선언했고, 그 중심에는 ‘디자인’이 있었다.

○ 현대차 신형 에쿠스-제네시스 명품 브랜드로

최근 현대차 글로벌마케팅 사업부 관계자들은 시장조사를 위해 미국에 갔다가 감격스러운 일을 경험했다. 과거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미국 10대 자동차 전문지 편집장들이 현대차가 초청한 자리에 대거 참석해 현대차에 대한 칭찬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 김성환 상무는 “참석자들이 ‘제네시스를 통해 현대차의 실력과 디자인 역량을 실감했다. 옛날 현대차가 아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현대차가 최근 내놓은 ‘제네시스’ ‘에쿠스’가 국내외에서 명차로 인정받는 데는 빼어난 디자인이 한몫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니다. 현대차는 4년 여의 세계 시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04년 ‘세련되고 당당하게’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세우고, 2005년 ‘브랜드 경영’을 선포했다. 품질 경영을 뛰어넘어 세계무대에서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한 대장정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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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은 이후 디자인 연구를 총괄하는 디자인센터 책임자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한 디자인 전략을 신속하게 수립해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런 노력은 2003년 북미와 유럽 디자인센터 준공에 이어 중국 베이징(北京), 인도 디자인스튜디오 개설로 이어졌다. 전 세계 디자인 네트워크가 구축된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들 글로벌 디자인센터는 현지 고객의 요구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새로운 디자인 개발 필요성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디자인 경영의 최종 지향점은 ‘디자인을 통한 고객 최우선 경영 실천’이다. 연구개발, 상품, 마케팅, 서비스 등 총체적인 디자인 경영 활동에서 현대차 고유의 고객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현대차 디자인 정체성도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의 디자인은 철저히 현지화, 시장 최적화를 추구하고 있다. 유럽 전략 차종으로 개발한 ‘i-10, i-20, i-30’이 대표적인 사례다. 새로운 디자인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현지 디자이너가 국내 디자인센터에 파견 근무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디자인 배틀’서 우승하면 프로젝트 주도

최근 현대차가 디자인 역량 강화를 위해 쏟아 붓는 열정은 전방위적이다. 우수한 디자인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현대차 디자인센터는 2005년부터 연구 장학생 제도를 통해 주요 디자인 대학 재학생 중 잠재력을 갖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전문 실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외 대학 등과의 정보 교류와 산학 공모제 등을 통한 산학 협력 체제는 우수 인력 조기 발굴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007년부터는 매년 전국 17개 디자인 대학의 동아리 학생과 교수가 참가하는 워크숍과 실무 실습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내부 디자이너들의 창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양산차 디자인 업무를 넘어 디자이너 개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연구와 조형감각을 실험적으로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이 베이비’ 프로젝트가 그 예다. 디자이너들이 소속 팀에 관계없이 사내 공모를 통해 창의력 경쟁을 하는 ‘디자인 배틀’은 디자이너들에게 업무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케치 공모에서 우수안으로 선정되면 해외 파견 근무와 양산차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기회도 주어진다”고 말했다.

다양한 형태의 업무 시스템도 현대차가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경기 화성의 남양디자인센터와 유럽 미국 일본 중국 인도를 연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2003년 남양디자인센터 신축 당시 마련된 고품질의 디지털 영상 품평 설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디자인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산출물의 등록·관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는 국내외 지역별 디자인센터 간 정보 공유를 통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섹션 디자인=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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