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유일한 장점은 ‘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입니다. 지금 체질 개선에 나서지 못하는 기업은 그만큼 경쟁사에 뒤처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랑스계 전략 컨설팅 회사인 CVA 서울사무소 왕중식 대표(38·사진)는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본사에서 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왕 대표는 딜로이트컨설팅을 거쳐 2005년 CVA에 입사했으며 CVA 베이징사무소 대표도 겸하고 있다.
왕 대표는 “금융시장 칸막이를 없애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작된 후 금융업에서는 이미 ‘업종 융합’이 시작됐다”며 “앞으로 이 같은 변화가 전방위 산업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직원이 펀드와 보험 판매에 나서는 것처럼, 일반 제조업에서도 업종을 융합한 ‘원 소스 멀티 유즈’ 영업에 나설 때라는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정보기술(IT) 관련 회사가 금융 사업에 진출하고 금융사들이 마케팅 회사로 진화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7∼12월)는 이와 같은 추세 아래 기존 인력이나 자원을 효과적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왕 대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융위기 상황에서 전략 컨설팅 회사들의 역할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주요 외국계 전략 컨설팅 회사들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 컨설팅에 나서며 한국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이번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역할이 적었다는 평가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는 기업에 있어 위기이자 기회였지만 컨설팅 회사들이 큰 틀의 ‘총론’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자산 매각이나 비용 삭감 위주였던 지난 경제 위기의 해결책과는 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왕 대표는 “앞으로는 한국의 ‘특수성’에 강한 컨설팅 회사가 한국에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