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아바타에 장르 특화… 제2전성기 기대
‘클론’의 ‘펑키 투나잇’, ‘샵’의 ‘텔 미 텔 미’, ‘노바소닉’의 ‘또 다른 진심’…. 10년 전 이들 노래에 맞춰 춤을 췄던 기억, 있으시죠? 그런데 갑자기 대각선 화살표가 눈앞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맞습니다. 이들 노래는 1999년 세기말 전국 오락실을 뜨겁게 달군 리듬액션게임 ‘펌프’에 수록된 곡들입니다.
신나는 댄스뮤직에 손과 발 등 신체로 박자를 맞추는 리듬액션게임의 인기는 1998년 일명 DDR라 불렸던 코나미의 ‘댄스댄스 레볼루션’을 시작으로 펌프에 이르러 절정을 맞습니다. 동네 형들은 펌프 기계 위에서 현란한 춤을 선보였고, ‘펌프 짱’들은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 1층으로 원정을 가기도 했죠. 이후 ‘드럼매니아’, ‘비트매니아’, ‘이지 투 디제이’ 등 다른 리듬액션게임들도 인기를 얻었죠.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인기는 2000년 이후 급락합니다. 음악에 맞춰 손발을 구르던 게이머들은 어느새 PC방 컴퓨터 앞에 앉아 ‘스타크래프트’에 빠져들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리듬액션게임은 ‘카트라이더’ 같은 캐주얼 게임, 1인칭 총싸움 게임 ‘서든 어택’, ‘아이온’으로 대표되는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RPG)’ 등에 밀리며 ‘마니아 게임’이 돼 버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온·오프라인 플랫폼 전반에 각종 리듬액션게임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습니다. 게임업체들은 곧 다가올 10, 20대 학생들의 여름방학을 겨냥해 시원한 그래픽, 신나는 음악으로 무장한 신작들을 내놓으며 리듬액션게임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리듬액션게임의 대표작인 ‘오디션’을 서비스한 예당온라인은 다음 달 ‘밴드마스터’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등 6개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 멤버가 주인공이 되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동그라미 노트를 제 리듬에 맞추는 게임입니다. ‘춤’에서 벗어나 악기 연주 주제로 했다는 점이 특징이죠. 예당온라인은 이와 함께 하반기에 ‘오디션 2’도 공개할 예정이라네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모바일 쪽입니다. 지난해 ‘에이앤비게임’에서 내놓은 ‘리듬스타’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맞고’나 ‘풍선 터뜨리기’ 등 간단명료한 게임 위주였던 모바일 게임계에 리듬액션게임은 새로운 핫이슈로 떠올랐죠. 지난달 29일에는 컴투스가 손담비, 소녀시대 등의 최신 가요 20곡을 앞세운 ‘아이뮤지션’을 공개했고 이번 달 24일에는 ‘게임빌’에서도 ‘뮤직 팩토리’라는 게임을 내놓는다고 합니다.
부활한 리듬액션게임들은 단순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만 그치지 않습니다. 과거 게임들이 단순한 화살표 맞히기인 것에 반해 요즘 게임들은 8등신 3D 아바타를 등장시켜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죠. PSP의 리듬액션게임 ‘DJ 맥스’는 클럽문화 소개 메뉴도 있습니다. 게임 속 ‘클럽투어’ 모드는 게이머가 클럽을 돌며 미션을 수행하는 것으로 클럽 모습이나 B보이 등 클럽 문화들을 화면을 통해 접할 수 있습니다.
음악 장르는 특화되는 추세입니다. 특히 휴대용 콘솔 게임들에 이런 특성이 두드러집니다. 지난해부터 닌텐도DS용으로 발매되고 있는 ‘액티비전’의 고전 게임인 ‘기타 히어로’ 시리즈는 ‘퀸’, ‘본 조비’, ‘린킨 파크’ 등의 유명 록 밴드 음악을 앞세워 록 마니아들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더는 음악이 게임 속 부속물이 아님을 알리는 리듬액션게임 시대. 그러고 보니, 10년간 너무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었던 것 같군요. 떨어지는 화살표를 맞히는 것도 좋지만 신나는 음악에 맞춰 가볍게 ‘어깻짓’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10년 전 ‘땅 짚고 헤엄쳤던’ 왕년의 ‘펌프왕’ 시절을 생각하면서 말이죠.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