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란… 미래의 호황 준비하는 때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10일 충북 청원군 오창산업단지의 오창테크노파크 내 넓은 공터. 연면적 20만 m²의 이 터는 앞으로 LG화학의 먹을거리를 책임질 ‘전초기지’로 변모한다. LG화학은 이곳에 2013년까지 총 1조 원을 투자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차 배터리는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GM의 전기자동차인 시보레 ‘볼트’ 등에 들어간다.》

LG화학 전기車 배터리공장 기공… 2013년까지 1조원 공격적 투자

현대오일뱅크-철강-통신업계도 설비 신증설 위해 아낌없는 투자

불황 속에서도 미래를 대비해 투자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이날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정우택 충북도지사,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LG화학 전기차 배터리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현대오일뱅크도 9일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산업단지에 12억 달러 규모의 설비 신증설을 하는 투자 계약식을 했다. 철강업계는 올해 지난해보다 41.6% 늘어난 총 10조1228억 원의 투자를 할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 미래를 위한 도전

이날 기공식에서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전기자동차 시장이 앞으로 수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해 2015년이면 전 세계 10조 원 규모가 될 것”이라며 “LG화학의 배터리 공장 설립은 이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윤호 장관도 “지금 중요한 것은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과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라며 “직선이 아닌 곡선 주로를 달리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서 지금 치고 나가야 한국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공장은 국내에서는 처음 지어지는 전기자동차 전문 배터리 생산 공장이다. LG화학은 오창테크노파크를 차세대 배터리 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기로 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연간 90만 대에 불과한 전기차 수요가 2013년 330만 대, 2015년 460만 대 등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에 따른 것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2015년 매출 2조 원, 세계 시장점유율 20% 이상을 달성할 계획이다.

불황 속 대규모 투자기업들 잇따라

현대오일뱅크도 일본 코스모석유와 합작해 대산석유화학산업단지의 설비 신증설에 나섰다. 현대오일뱅크는 대산석유화학산업단지 내 100만 m²에 이르는 터 등을 현물 투자하고 코스모석유는 최대 12억 달러를 쏟아 붓기로 했다.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대표는 “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번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며 “이번 투자로 석유정제를 넘어 석유화학 부문으로까지 사업구조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철강업계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철강협회가 최근 33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비투자동향을 조사한 결과 올해 철강업계의 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41.6%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연간 조강 생산 능력도 사상 최고치인 6417만 t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1조8000억 원을 들여 연간 생산량 200만 t 규모의 후판공장을 추가 건설하고, 포항에는 1조4000억 원을 투자해 신제강공장을 신설하는 등 올해 총 7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충남 당진군에 연간 생산능력 800만 t인 일관제철소를 짓는 등 올해 2조126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다른 철강업체들도 철강 수요가 아직 되살아나지 않고 있지만 당초 투자를 차질 없이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들어 투자가 부진했던 통신업계도 지난달을 기점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KT와 SK텔레콤, LG텔레콤 등 통신 3개사의 2분기 이후 투자 규모는 4조 원으로 1분기(4300억 원)의 10배에 육박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청원=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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