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로 일주일 만에 1,400 선을 다시 돌파했다.
하지만 이날의 흐름만으로 최근 지지부진하던 증시의 방향성이 바뀌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양종금 조병현 연구원은 “오늘의 상승세도 여전히 거래대금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진 거래로 기존의 관망세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동안은 이런 주춤거리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 박중섭 선임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는 지난해 본격적인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9월 평균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실업률이나 소매판매액 등 실물경제의 모습은 아직 비슷한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최근 증시가 주춤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인상 움직임도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경기회복 기대감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원유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들썩거리자 외국인들이 한국 대만 같은 신흥시장에서 러시아와 브라질 등 자원이 풍부한 신흥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투자가 주춤거리는 또 다른 원인은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세로 유동성 장세가 끝날 것이란 불안감이다. 신영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금리 상승은 장기적으로는 정상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투자 여유금이 줄면서 신흥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금리가 높은 자산으로 돈이 몰릴 수 있어 증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북핵 문제 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국내 증시의 불안 요소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위험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변화가 없어 그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지지부진한 모습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의 최대 수출지역인 중국과 미국의 소비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에 발표될 중국의 소매판매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 발표되는 미국의 소비 관련 지표들도 개선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동양종금 조 연구원은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은행들의 정부 빚 조기상환을 허용한 것 역시 미국 금융시스템의 회복이 가시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2분기(4∼6월) 실적이 발표되는 시점을 전후로 다시 한 번 국내 증시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대신증권 박 선임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본격적인 실적이 발표되는 7월 중순 이전부터는 다시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양종금 조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은 중국과 미국의 소비지표를 유심히 살펴가면서 반도체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위주 대형주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신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미디어 업종이 2분기에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은행 및 보험 자동차 금속 업종의 실적 개선세도 뚜렷해질 것으로 평가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