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해주신 자문 덕분에 회사가 살아났습니다. 제2의 창업을 한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일해야 공짜 자문에 대한 값을 치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전에서 제기(祭器) 등 전통 목공예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인 고려공예는 지난해 4월 25일 저녁 목공예 회사의 ‘핵심’인 작업실이 전소되는 사고를 당했다. 원인 불명의 화재였다. 사람도 없었고 불이 날 만한 기기도 전혀 없었다. 소방서에서는 누전(漏電)에 의한 화재로 추정했지만 억울함은 커져만 갔다.
김용오 고려공예 대표는 “100년 동안 조부와 아버지가 쌓은 전통 공예 기술이 한순간의 화재로 날아갔다”며 “당시엔 너무 힘들어 아예 회사를 접을까도 고민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무너지려는 고려공예에 손을 내밀었다. 당시 중기협력센터는 1년째 이 회사에 경영 자문을 하고 있었다. 고려공예 자문역인 권동열 위원은 ‘아버지 같은’ 충고로 김 대표가 다시 일어나도록 했다.
김 대표는 “당시 권 위원이 ‘더 큰 목표를 위해서 이 정도 시련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줬다”며 “당시에는 야속했지만 결국 다시 작업장을 만들고 회사 영업 전략을 새로 세우는 데 가장 크게 도움을 준 건 권 위원이었다”고 설명했다.
○ 중소기업 자문의 핵심은 ‘마음’
일반적으로 중소기업 자문의 핵심은 영업과 자금 부문이다. 중소기업들은 하나같이 유통망과 경영자금이 부족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어떻게 회사를 키우고 어떻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 그 방법 위주로 조언에 들어간다. 하지만 중기협력센터에 자문한 김용오 대표는 그게 아니라고 단언했다.
“영업망을 만드는 것이나 외부 자금을 충당하는 문제는 어떻게 해서든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누구도 의지할 수 없을 때 진정으로 충고를 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중소기업들에 큰 도움이 됩니다.”
권 위원은 자문을 맡던 회사의 작업실이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대전 대덕 현장으로 달려갔다. 실의에 빠진 회사에 위로금까지 건넸다. 극구 사양하는데도 ‘내 마음이니 받아 둬라’며 결국 위로금을 전했다. 김 대표는 “그 마음이 다시 회사를 살렸다”며 “영업이나 자문 문제 외에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정신적 멘터’가 되는 것도 중소기업 자문단의 큰 역할일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제 제2의 창업 나설 때
화재 이후 고려공예는 권 위원의 자문 아래 새로운 회사로 태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전 거래처 외에 전국 주요 도시에 직영점도 신설했다. 제기 위주의 사업 구조를 탈피하고자 전통 방식으로 만든 목재 유골함 사업도 시작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국내 목공예 회사로는 드물게 미국과 일본에도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고려공예의 고급 목공예가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외국에서 오히려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려공예는 권 위원의 충고에 따른 ‘성장통’을 겪은 셈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는 한 달에 20∼30벌 제기를 만드는 단순한 ‘가내 수공업 기업’이었다”며 “권 위원의 조언대로 이제 한 벌을 팔아도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담아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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