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소주가 11일 삼성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생명 삼성에버랜드를 불매운동 대상 기업으로 선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그룹은 이런 공식 논평만 밝히고 더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삼성의 한 임원은 “개인 의견을 말할 사안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삼성 관계자들은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홍보 및 광고 전략이 언소주 때문에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며 신중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다수를 이뤘다. 삼성은 세계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하나로, 글로벌 경제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기업 일과 전혀 관계없는 정치적 이념적 이유로 공격당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 “누굴 위한 불매운동인가?”
삼성그룹과 계열사 관계자들은 이날 공식 논평 이외의 발언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비(非)이성적인 공격에 맞상대하는 것 자체를 피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소식을 전해들은 일부 임직원은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계열사의 부장은 “언소주가 삼성을 불매운동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서 내에서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한탄이 쏟아졌다”며 “삼성을 제발 이념 공세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삼성 금융 계열사의 한 임원은 “솔직히 황당할 따름”이라고 했다. 다른 계열사의 한 부장도 “현재로서는 무대응이 최상의 대응 전략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 언소주라는 단체의 운동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의 반응은 ‘어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전경련 측은 “이런 식의 불매운동은 시장경제 질서에 정면으로 반하고 기업 경영에 부당한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광고는 기업이 비용 대비 최대 마케팅 효과를 얻기 위해 하는 것인 만큼 언소주의 불매운동은 즉각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임원은 “다함께 힘을 모아 경제위기를 극복해나가도 부족할 시기에 이런 불매운동으로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조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화합과 경제 살리기에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한국이 자랑할 만한 세계 1위 제품을 불매운동?
언소주가 불매운동 대상으로 지목한 삼성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국내외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것이 많다. 그래서 재계 관계자들은 “한국 국민 대다수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사랑 받는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는 게 상식적인가”라고 비판했다.
삼성전자 TV의 경우 매출액과 판매량 모두에서 2006년 이후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TV 매출액만 20조 원에 이른다. 액정표시장치(LCD)TV 판매량만 2000만 대다. LCD TV도 시장점유율 20%를 넘어섰다. 삼성 휴대전화는 지난해 세계에서 2억 대 가까이 팔리며 글로벌 시장점유율 16.7%를 차지한 대표적인 효자 수출품목이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한국은 수출해서 먹고사는 나라인데 대표적 수출 상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는 국민은 어느 나라 국민이냐”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고객만 850만 명이다. 한국 국민 6명 중 1명꼴이다. 삼성에버랜드도 연간 방문객이 800만 명에 이른다. 삼성화재도 손해보험업계 시장 1위이고, 60만 명의 고객을 가진 삼성증권도 관련 업계의 선두 그룹에 속해 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언소주가 불매운동 대상으로 삼성을 선정하면서 ‘불매운동이 성공하느냐, 못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 것은 스스로 ‘공격을 위한 공격’ ‘불매를 위한 불매’를 하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