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든 많은 돈이 한꺼번에 쏠리면 그 표적이 된 산업은 빠르게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철도와 가전, 자동차, 에너지, 항공, 정보기술(IT)과 첨단 금융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신성장산업이 처음엔 기술 혁신과 당대의 시대적 요구라는 명분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신성장산업에는 실제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이 투하됐고 결국 과잉투자와 과잉소비로 인해 주가의 거품을 피할 수 없었다. 이 산업들이 한 시대를 질펀하게 풍미한 뒤에야 비로소 그 열기가 식었으며,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겨우 산업질서를 찾아갔다.
이런 거품 가운데 아마 가장 질이 나쁜 것은 부동산 거품일 것이다. 부동산 거품의 뒤끝이 고약한 이유는 집이라는 것이 어디로 옮기거나 쉽게 없앨 수 있는 재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부동산 거품 문제의 해법이 쉽지 않은 것은 수년간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 집을 지은 데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돈을 빌려 주택을 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단일 소비국인 미국의 주택 경기가 심각한 조정을 받고 세계가 여기서 터진 부실을 청소하는 가운데, 지금 세계 각국은 허약해진 수요를 보강하기 위해 또 다른 성장의 표적물을 찾고 있다. 2000년대 초 닷컴 열풍이 꺼지면서 세계 경제가 맛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풀고 주택경기를 부추겼던 것과는 반대로, 지금은 주택 거품과 금융 거품의 빈자리를 새로운 실물산업으로 채우기 위해 민관이 합동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거품의 역사가 자꾸 반복되는 이유는 당시의 거품이 진짜로 거품인지 아닌지를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세상의 모든 돈은 거품 사이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품의 두 얼굴, 그것은 사람들의 욕심이 만들어 내는 화려한 투기라는 ‘필요악’인 동시에 새로운 성장산업을 이끌어 내는 묘한 ‘천사’의 얼굴이기도 하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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