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뒤통수 때리는 자동차업체들

  • 입력 2009년 6월 14일 16시 49분


현대 기아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6월 들어서 신차 구입시 할인혜택을 대폭 축소해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노후 차 지원 및 개별 소비세 인하 등의 조치로 업체와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제도상의 혜택을 제공하면서 '정부가 노력하는 만큼 업체들도 성의를 보일 것'을 주문했지만 업체들은 이를 무시하고 순간적인 이윤 극대화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체들이 구조조정 등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은 뒷전으로 하고 돈벌이에만 급급하자 정부는 "신차 구입시 세제 지원을 조기 종료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5월 매출이 4월에 비해 67%, 기아차는 41% 증가하는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평균 30% 가량의 매출이 늘었다.

정부가 내놓은 세제 지원혜택에 각 업체별로 내놓은 할인혜택이 더해져 "지금 새 차 안 사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분위기 속에서 일궈낸 반짝 성과였다.

그러나 6월 들어 자동차 업체들은 태도를 바꿨다.

현대자동차는 5월엔 쏘나타, 그랜저 등의 값을 100만원, 싼타페는 150만원, 아반떼는 30만원을 각각 할인해줬으나 6월 들어서는 할인 폭을 그랜저, 쏘나타 70만원, 싼타페 100만원으로 낮췄고 이미 할인 폭이 적었던 아반떼만 5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르노 삼성도 5월에는 차종에 관계없이 무이자 할부와 유류비 명목으로 60만원 할인혜택을 제공했으나 이달 들어 무이자 할부 혜택은 없앴으며 SM3, SM5, SM7은 50만원, QM5는 20만원을 깎아주고 있다.

GM대우 자동차의 경우 일부 차종은 단 한 푼도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은 채 정부의 세제 지원에만 기대고 있으며 나머지 차종도 5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하향된 할인 폭을 제시하고 있다. 기아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할인 혜택이 줄자 자동차 판매량도 5월 같은 시기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의 세제 지원은 '자동차 업체가 자구노력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전제 하에 이뤄진 것. 하지만 업체들이 자구노력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일시적인 세금 인하에 따른 매출 신장에만 열을 올리자 정부도 발끈하고 나섰다.

정부는 자동차 업계의 노사관계 선진화, 구조조정 등이 지금처럼 지지부진 할 경우 당초 올해 12월까지 유지하기로 했던 노후차량 지원 제도를 9월경 조기 종료 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노후차량 교체 세제지원 법안에는 자동차 업계의 자구노력 평가 결과에 따라 조기 종료를 검토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있다"며 "이에 근거해 정부는 자동차 업계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밝혀 세계 지원이 예정보다 일찍 종료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업체들이 '대마불사'만 믿고 정부와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흥분했다.

최근 노후차를 폐차하고 새 차 구입을 고려중인 회사원 최 모 씨(36·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5월 달에 견적을 뽑고 6월에 구입을 고려했는데 달이 바뀌면서 하루아침에 할인 폭이 수십만 원이 줄었다"며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업체들이 지나치게 자주 할인 폭을 조정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부 정 모 씨(38·경기 안산시 상록구)는 "노후차를 버리고 새 차를 구입하는 게 환경을 보호하고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정부는 홍보하고 있지만 업체들의 관심은 자기 배불리기에만 있는 것 같다"며 "7년째 몰고 있는 지금 차가 아직 쓸만하지만 이번 기회에 차를 바꿀까도 생각했었으나, 소모품을 바꾸고 4, 5년 더 타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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