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걱정스러운 부분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대규모 잉여 유동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자칫 자산가격의 거품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경기회복 전에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서둘러 인상할 수 있고 긴축기조가 주식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
최근 시장금리의 상승도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의 상승보다 상승 속도에 더 주목해야 한다.
지난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금리결정 이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한국은행은 경기 하강국면이 일단락됐다고 시사했다. 또 금융완화 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겠지만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통화정책의 기조를 바꿀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당장은 금리정책에 변화가 없겠지만 적어도 금리가 더 내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정부 정책의 초점이 강력한 경기부양과 금융시장 안정에 있었다면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차단과 자산가격 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주식시장은 1,400 선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겉으로 보기엔 한 달 전과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에는 내수주와 자원개발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심리가 회복되며 내수주가 상승하고 있고 자원개발 관련주 상승에 원자재 가격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주에 점검해야 할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우선 증시에서 프로그램 매도가 지속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1,400 선에서 상승탄력이 둔화된 이유는 프로그램 매도에 있다.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로 프로그램 매매가 결정되는데 앞으로 프로그램 매도는 줄어들 여지가 있다.
위험수위에 근접한 신용융자 잔액 추이도 지켜봐야 한다. 신용거래 규모가 벌써 4조 원을 넘어섰다. 외상으로 주식을 산 규모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돌발악재로 주가가 한순간에 무너지면 신용으로 매수한 주식이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질 수 있다. 중소형 테마 종목과 단기 급등 종목에 투자하기 전에 신용거래 규모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5월 산업생산과 경기선행지수 발표에 주목해야 한다. 산업생산은 제조업 전반의 동향 파악에 유용한 지표인데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제조업 구조조정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상황이어서 생산은 더디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미국의 제조업 가동률도 4월보다 소폭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라 4월에 이어 5월에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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