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서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도시 투르쿠. 인구 18만 명의 작은 도시에 자리한 ‘STX유럽’ 투르쿠 조선소는 요즘 한창 크루즈선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중이다. 5일 찾아간 이 조선소에서는 길이 361m, 폭 47m의 세계 최대 크루즈선인 ‘대양(大洋)의 오아시스(Oasis of the Seas·이하 오아시스)호’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규모가 22만5000GT(총톤수·용적 2.83m³를 1t으로 환산)로 역대 건조된 크루즈선 가운데 최대인 규모도 놀랍지만 배 안에 공원(公園)을 조성한 ‘화려한 역발상’도 이 배의 볼거리다. 이 배는 12월 카리브해에서 운항을 시작한다.》
배안엔 길이 100m 공원까지… 크루즈 대중화 큰걸음
○공원과 쇼핑 거리, 움직이는 칵테일 바
투르쿠 조선소는 144만 m²(약 43만6000평)의 용지에 가로 365m, 세로 80m 크기의 독 시설을 갖추고 있다. 독 시설이 오아시스호의 길이보다 불과 4m 길 뿐이어서 이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배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오아시스호 안에서는 막바지 정리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모두 2700개의 객실을 갖춘 이 배는 ‘일반 객실’이라도 웬만한 특급 호텔 수준으로 꾸며지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번트 뢴버그 야드투어 매니저는 배 중앙 ‘센트럴파크’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첨단 디자인과 건조 기술의 집합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항해에 무리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꼼꼼하게 필요한 흙의 양을 측정해 공원을 조성했다는 설명이다. 길이 100m의 이 ‘떠다니는 공원’ 덕택에 오아시스호는 크루즈선 최초로 ‘파크 뷰(Park View)’ 객실을 갖게 됐다. 공원 양편으로는 쇼핑 거리와 레스토랑, 산책로 등이 건설된다.
갑판과 배 아래를 오르내리는 이동식 칵테일 바, 각각 1400명과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두 개의 극장, 다이빙대가 설치된 수영장 등 화려한 시설이 눈길을 끌었다. 암벽타기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세계 1∼14위 크루즈선 모두 만들어
8개국에 18개 조선소를 보유한 STX유럽은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독일 마이어베르프트와 함께 세계 3대 크루즈선 건조 회사로 꼽힌다. 현재까지 건조됐거나 건조 중인 크기가 세계 1위에서 14위까지의 크루즈선을 모두 STX유럽이 건조했다.
오아시스호의 건조 비용은 모두 12억4000만 달러(약 1조5500억 원). 세계 최대급이라는 1만3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건조비용(1억7000만 달러)의 7배에 이른다. 크루즈선 건조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정받는 것은 매출 규모가 범용선에 비해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최근 오아시스호를 발주한 로열캐리비언사(社)를 비롯해 카니발, MSC, 스타 등 대형 크루즈 선사들이 앞 다퉈 대형 크루즈선을 발주하고 있다. 1995년만 해도 세계적으로 단 한 척도 없던 10만 GT 이상 크루즈 선박은 2006년 24척, 올해 31척으로 늘어났다. 이들이 크루즈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크루즈선 탑승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세계크루즈선협회(CLI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크루즈선 승객은 모두 1301만 명으로 2007년에 비해 3.6% 늘었다. CLIA는 올해는 1350만 명이 크루즈선을 이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STX그룹 관계자는 “크루즈선이 대형화되면서 더 화려한 시설을 요구하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을 뿐 아니라 객실 단가를 낮춰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