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52·디자인학)의 말이다. 쉽게 얘기해 ‘모양새 싸움’이라는 뜻. 첨단 성능은 이제 휴대전화가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 요소다. 요즘의 휴대전화는 성능뿐 아니라 독특한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팬택 등 숨 가쁜 경쟁을 벌이는 업체들의 최신 제품은 모두 이런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국내 출시한 ‘울트라 터치’의 디자인 포인트는 ‘뒤태’에 있다. 바(bar) 스타일의 기존 풀 터치폰 ‘햅틱’에 슬라이드 자판을 덧붙인 것이 이 제품의 특징. 슬라이드를 끌어낸 상태에서 뒷면에 드러나는 접합 부분을 말끔히 다듬어 세련된 느낌을 살렸다.
이 회사 정진만 휴대전화 책임디자이너는 “전화를 걸면서 자기 얼굴과 함께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휴대전화 앞면이 아니라 뒷면”이라며 “딱딱한 ‘기계 속’을 무심하게 드러내는 것과 컬러풀한 ‘옷 안감’을 살짝 보여주는 것의 차이는 크다”고 말했다.
울트라 터치는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09’에서 처음 공개돼 깔끔하고 세련된 외관으로 휴대전화 디자인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LG전자가 8일 선보인 ‘프라다 2’는 프라다폰의 명품 이미지를 한층 높인 신상품이다. 평소에는 손목시계로 쓰는 블루투스(근거리무선통신) 장치 ‘링크’가 새 프라다폰의 핵심 디자인 요소다.
전화가 걸려오면 링크에 진동이 일면서 액정화면에 발신자 번호가 표시된다. 사용자는 옷이나 핸드백 속의 휴대전화를 꺼내지 않은 채로 링크를 조작해 수신을 거부하거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손목시계 장치에 휴대전화의 모든 기능을 담은 ‘워치폰’도 7월 유럽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차강희 LG전자 디자인연구소 전문위원은 “‘프라다 2’는 간결한 흑백 컬러로 예전 프라다폰의 스타일을 계승하면서 기능은 한결 강화했다”며 “프라다가 지난해 이탈리아 밀라노 컬렉션에서 내건 미니멀리즘 콘셉트에도 상응하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새 프라다폰도 풀 터치 방식이었던 기존 프라다폰과 달리 슬라이드 자판을 달았다. 울트라 터치와 달리 자판이 붙여진 위치는 아래가 아닌 옆쪽이다. 컴퓨터 키보드에 쓰는 ‘쿼티(QWERTY)’ 스타일로 자판을 배열해 문자를 보내고 인터넷을 사용할 때 한층 편리하다.
모토로라의 신형 폴더 2G 휴대전화 ‘모토 V10’은 블랙과 레드의 과감한 컬러 조합, 직선과 모서리의 각을 강조한 깔끔한 디자인으로 이 회사가 추구하는 ‘5m 룰’을 드러냈다.
이 룰은 ‘5m 떨어져서도 모토로라 휴대전화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공 상태에서 따로 입힌 블랙과 레드 조합은 그동안 핑크, 라임, 다크 펄 그레이, 퍼플 등 모토로라 휴대전화가 보여준 화려한 색상의 맥을 이었다.
황성걸 모토로라 디자인센터 CXD 서울스튜디오 상무는 “돌출부 없이 매끈하고 간결하게 정리한 라인, 위쪽의 블랙이 아래쪽 레드로 점점 바뀌는 그러데이션(gradation·경계가 모호한 색깔 변환)을 통해 화려하면서도 묵직한 카리스마를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팬택이 5월 출시한 신제품 ‘오마주 폰’은 2007년 독일의 국제디자인공모전인 ‘이프(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선행연구상을 받은 ‘플렉서스(Flexus) 03’의 ‘노 라인(No Line)’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신용욱 팬택 해외디자인팀 전임연구원은 “흐르는 물에 손을 넣었을 때 나타나는 물결 모양을 형상화해 제품 디자인에 풀어냈다”며 “메탈 느낌의 테두리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