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 8개국 재무장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지난 주말 이탈리아에서 회동한 재무장관들은 "통화 재정 확대정책에서 빠져나갈 출구전략을 생각할 시점이 됐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인플레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미리 대비하자는 뜻이죠.
재무장관들은 위기 대응 비상조치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수 있어 국제통화기금(IMF)에 출구전략 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통화기금은 오늘 10월쯤 출구전략 보고서를 제출할 모양입니다. 이 보고서는 각국이 언제 재정 확대정책의 고삐를 조이고 중앙은행이 제로금리 정책을 바꿔야 하는지를 권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출구전략에 대한 견해가 다릅니다. 미국과 일본은 출구전략을 검토할 필요는 있으나 아직 시행시기가 아니라고 보는 반면 보수적인 독일과 캐나다는 적정 시기를 놓치면 인플레가 촉발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우리나라 경제팀도 미국 일본과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주말 위기 극복을 위해 하반기까지 확장적 재정정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윤 장관은 "적극적 금융 완화 정책의 기조를 바꿀 단계가 아니며 하반기에도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직 경기회복세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거의 바닥을 치고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 만큼 향후 경기 움직임을 정밀 판독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5월말 현재 시중에는 811조원의 단기유동성이 풀려 있습니다. 아직은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 인플레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화폐 유통이 빨라지고 원유가격 상승과 겹치면 경제운영에 큰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아직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지 않았는데도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벌써 오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시중에 풀린 돈이 주식 부동산으로 몰려 투기거품을 만들고 뒤늦게 과도한 규제를 펴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