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서비스분야 과감히 진출, 경영 투명하면 노사분쟁 없어”
“SK생명이나 SK증권 매입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금융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크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오진 못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우리 그룹이 금융을 이용하는 입장에서 운영하는 주체가 됐을 경우 SK만의 장점이나 사회공헌도가 더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SK케미칼 사옥 사무실에서 만난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은 최근 경제계에서 나오는 SK그룹의 ‘금융업 진출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부회장은 “(SK그룹이) 이제 공격적 모드로 전환해 신성장 동력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이 꼽는 신성장 분야는 환경과 서비스.
김 부회장은 환경 분야와 관련해 “그린 비즈니스는 아직도 상당한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미개척 시장이지만 과거 SK(유공)도 환경오염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환경사업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이 울산 공장에서 8월부터 바이오매스 보일러 공장을 가동하기로 한 것도 그린 환경 분야에 대한 관심에서 나왔다는 것. 석탄 대신 태우거나 버리는 폐자재 목재를 스팀 보일러로 이용할 경우 12만 t 정도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SK구조조정추진본부장을 지내는 등 그룹의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현재 SK상생경영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인터뷰 주제가 ‘상생’에 이르자 그는 “SK그룹은 그동안 단 한 번도 머리띠를 둘러맨 노사분쟁이 없었다”고 말했다. 비결을 묻자 “투명성”이라는 답이 되돌아왔다. “능력이 있다면 전혀 다른 업무에 전환 배치하기 위한 별도의 교육을 시키고, 해직이 불가피할 경우 노조와 상의해 그 대상과 절차를 공개했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향후 경기회복 전망에 대해선 “경기가 저점에 도달했는지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판단만 하면 되지만 우리 기업은 다르다”며 발언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올 1분기(1∼3월) 어닝 서프라이즈(기대치를 넘는 깜짝 실적) 등 고무적 사인들이 나와 이제 공격적 패턴으로 전환해야 하지 않나 하고, 심각하게 고려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K그룹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금융업 관련 발언에 대해 “SK그룹은 전통적인 의미의 금융업에 관심이 없다는 뜻일 것”이라면서 “통신과 카드가 결합된 시너지 효과, 결제수단으로서의 카드 사업에는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