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감이 거친 스포츠카? 안락한 세단?’
더 고민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최근 도로 상태나 운전 스타일에 따라 서스펜션(현가장치)의 탄력과 차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예 차가 알아서 자동으로 조절해주기도 한다. 차 한 대로 도심에서는 고급 세단, 고속도로에서는 스포츠카로 변신이 가능해졌다.
서스펜션은 차체와 휠을 연결하는 장치로 주행 중 차체의 흔들림을 잡아주면서 노면의 진동이 차로 전달되는 것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차종에 따라 흔들림의 충격 흡수 정도를 다르게 설정한다. 안정적인 주행이 중요한 스포츠카나 유럽차는 대체로 서스펜션이 단단한 편이다. 반면 안락한 승차감을 중시하는 한국이나 일본 고급 세단에서는 다소 무르게 설정돼 있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고급 세단은 서스펜션의 강도뿐 아니라 차 높이까지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보편화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4도어 쿠페 ‘CC’에는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DCC)’ 기능이 들어갔다. DCC는 주행 상태와 도로 상황, 핸들 조작 등에 맞춰 서스펜션의 상태가 자동으로 바뀌는 기능이다. 평소에는 안락한 세단의 승차감을 제공하지만 속도를 높이거나 급격한 핸들 조작 시에는 스포츠카처럼 서스펜션이 단단해지면서 차체 안정성을 높여준다. 운전자는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표준, 스포츠, 컴포트 등 세 가지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표준을 선택하면 종합적인 주행 정보를 차량이 스스로 파악해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 사이에서 수시로 조절해준다.
BMW 뉴 7시리즈에 장착된 ‘다이내믹 드라이빙 컨트롤(DDC) 시스템’은 노면상태와 운전자 취향에 따라 서스펜션 강도와 기어변속, 가속에 따른 엔진 민감도와 변속시점, 핸들링 등을 버튼 하나로 조절할 수 있다. 컴포트, 노멀, 스포츠, 스포츠+, 트랙션 등 5가지 모드가 설정돼 있다. 인피니티 ‘뉴 FX50S’에 탑재된 가변식 전자제어 댐핑 컨트롤(CDC) 시스템 역시 노면 상태, 운전자의 차량 제어 변화에 따라 승차감과 핸들링이 자유자재로 변한다. 차량 각 부분에 위치한 9개의 센서가 자체의 움직임과 휠, 가속 등을 측정해 이 시스템에 전달한다. 스포츠 및 오토의 두 가지 모드를 버튼 하나로 간단히 선택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도 액티브 서스펜션 시스템인 ‘에어매틱’ 또는 ‘액티브 보디 컨트롤’이 적용돼 컴포트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까지 원하는 대로 운전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다. 차의 높낮이와 트랜스미션 모드도 조절할 수 있다. 프리미엄 세단 ‘Volvo S80 V8’에는 볼보의 4C 테크놀로지가 탑재돼 있다. 컴포트, 스포츠 외에 추가돼 있는 ‘어드밴스트 모드’는 스피드 마니아를 위한 단계로 핸들링과 접지력을 최대화해 파워 세단의 성능을 제공한다. 전자 제어식 최첨단 섀시시스템이 센서의 도움을 받아 차량의 움직임과 반응을 1초에 500번씩 수집해 0.015∼0.04초 내에 제어하고 곧바로 운전자의 주행환경에 가장 적합한 모드로 세팅해 준다.
스포츠카 특유의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에 프리미엄 세단의 안락함을 결합한 재규어 ‘XF SV8’은 ‘컴퓨터 액티브 테크놀로지 서스펜션’을 탑재하고 있다. 재규어의 고성능 스포츠카 ‘XKR’와 공유하고 있는 이 최신 서스펜션은 운전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1000분의 1초마다 도로 여건과 운전 방식에 따라 댐퍼가 조절돼 승차감과 핸들링, 접지력 간의 균형을 최적의 상태로 맞춰준다. 아우디 ‘A4’, ‘A5’의 드라이브 셀렉트 기능도 운전자가 서스펜션 강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A8’과 ‘Q7’에 탑재된 에어 서스펜션은 속도, 주행 상태 등에 따라 스스로 승차감을 최적화한다. 국산차 중에는 현대자동차의 신형 ‘에쿠스’와 ‘제네시스’에 이 기능이 탑재돼 있다. 에쿠스 프레스티지 VIP 모델 이상에 적용되는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EAS)은 운전자의 조작이나 주행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의 충격 흡수 강도와 차 높이를 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 제네시스에도 EAS가 적용돼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