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국내 경기가 아직 하강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하반기에도 정부 예산을 푸는 적극적인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지표가 호전되긴 했지만 대내외 악재가 남아 있고 경기 회복세도 미약해 긴장을 풀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은 12일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재정부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2분기에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플러스가 되더라도 여전히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마이너스일 것인데 어떻게 회복됐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9월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착시현상일 뿐이다. 1분기 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4.3%였고 고용도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는 국내 경기가 일단 하강을 멈췄다는 지난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과 상반된 분석이다.
윤 장관은 15일 한 조찬모임에서도 “제비 한 마리를 보고 봄을 얘기할 수 없는 만큼 대외변수를 보면서 향후 정책 대응을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며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실제로 민간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낙관론과 달리 정부 안에서는 벌써부터 3분기 경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재정을 조기 집행한 덕분에 2분기까지의 경제지표는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3분기가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20%대의 감소폭을 보일 정도로 투자가 위축된 상황이 계속되면 재정지출을 늘려 간신히 살린 경기회복의 불씨가 언제든지 다시 꺼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도 “감세(減稅) 및 재정지출 확대 효과가 줄어드는 올해 하반기에 경제가 자생적인 회복력을 보일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5일경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재정건전성 회복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과 자금 공급을 늘리는 확장적 정책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토지이용 및 환경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기업에 부과되는 각종 부담금을 정비하는 내용의 ‘기업투자 활성화 방안’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