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참여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개발사업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분담금 납부 지연으로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이 분담해야 할 비용이 800억 원가량 늘어날 듯하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국가핵융합연구소는 15일 핵융합실험로 건물을 짓기로 한 EU 회원국들이 분담금을 내는 것을 미루면서 전체 사업기간이 2년가량 늘어나 총 사업비가 5억6500만 유로(약 1조 원) 증가할 것으로 ITER사업 참여국들이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당초 2016년 핵융합실험로를 완공하고 2020년 시험 가동할 계획이었다.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공기(工期)가 2년 정도 길어지면 전체 운영비와 재료비 등이 5∼10% 늘어나기 때문에 한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도 그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ITER사업 분담금이 4억6179억 유로(약 8170억 원)인 만큼 공기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가 최대 817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게 국가핵융합연구소 측 분석이다.
이에 따라 ITER 참여국들은 17, 18일 일본 이바라키(茨城) 현 미토(水戶) 시에서 공기 지연에 따른 일정 및 분담금 조정을 위한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이 이사회에 참석해 비용 증가를 최소화하고 되도록 기존 일정을 지킬 것을 제안할 예정이다. ITER사업의 추진 일정과 사업비 규모에 대한 최종 결정은 11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차기 ITER 이사회에서 내려진다.
ITER사업은 ‘토카막’이라는 핵융합장치를 만든 뒤 인공적으로 핵융합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얻는 것으로 ‘인공 태양’ 연구로도 불린다. 이 사업에는 한국을 비롯해 EU,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가 참여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50억8000만 유로(약 9조 원)로 EU가 23억 유로(45.46%),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6개국이 4억6170억 유로(9.09%)씩 분담한다. 현재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는 핵융합실험로가 들어설 180만 m²의 용지가 조성된 상태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