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팀장들 지옥훈련 떠난 사연

  • 입력 2009년 6월 16일 17시 13분


금융감독원 팀장 220여 명이 조만간 해병대 훈련을 떠난다. 금감원 관계자는 16일 "당초 이달 안에 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해병대 훈련을 끝낸다는 계획이었지만 내부 사정으로 늦어지고 있다"며 "해병대 훈련 대신 극기훈련이나 다른 훈련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해병대 훈련은 산악행군, 유격기초, 호신술 등의 프로그램으로 이뤄진다.

40대 중후반이 주류인 금감원 팀장들의 해병대 훈련은 김종창 금감원장이 지난달 임원 회의에서 "팀장 이상 간부들은 대외활동이 많은데, 보고하거나 발표할 때 자신감이 너무 없다"며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오라"는 특별 지시를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과거 직원 단체연수를 진행하면서 연수의 일환으로 극기훈련을 실시한 적은 있지만, 특정직급을 대상으로 '자신감 높이기'라는 구체적인 목표아래 단체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김 원장이 팀장들의 자신감 고양을 주문한 것은, 4월 한국은행법 개정 논의 당시 금감원 직원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4월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가 한은의 설립목적에 현행 물가안정 이외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고 금융기관 조사권을 부여하는 한은법 개정안을 내놓자, 이는 한은과 금감원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번졌다. 한은과 금감원은 언론과 국회를 상대로 상대방의 '정보 공유 비협조 행태'를 폭로했고, 금융기관 조사권을 필요로 하는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 옹호했다. 한은법 개정 논의는 9월 정기국회로 연기됐다.

해병대 훈련 입소를 앞둔 금감원 팀장들은 "훈련을 안 갈 수만 있다면 안 가고 싶다" 또는 "해병대 훈련 말고 다른 훈련으로 대체됐으면 좋겠다"는 반응이다.

이지연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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