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서 퇴직한 뒤 중소기업에 재취업하는 분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특별한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우선 임금 수준이 전 직장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기업에서 30대까지의 종업원은 회사에 대한 공헌도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다가 40세 전후 관리직이 될 무렵부터 회사에 대한 공헌도 이상으로 임금을 받습니다. 젊은 시절에 적립해 두었던 부분을 찾아오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재취업 후에 이전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 급여는 전 직장과 비교도 안 될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실망을 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 게 아니고 전 직장에서 받았던 ‘지불 초과분’을 못 받게 된 결과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재취업한 직장을 함부로 전 직장과 비교하면서 비하하는 말도 조심해야 합니다. 큰 조직에서 근무하다가 중소기업에 재취업을 하면 그 회사의 시스템이나 시설이 크게 뒤떨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 큰 조직에서는 자기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됐는데 작은 조직에서는 심한 경우 화장실 청소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합니다.
큰 조직의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작은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운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는 것은 업무의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한 뒤에 전 직장과 비교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유념할 점은 사소한 비용이라도 꼭 필요한 것인지 따져보고 지출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대기업보다 가족경영 기업의 우수성이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경영 기업의 오너들이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타인의 돈을 쓸 때는 자기 돈을 쓸 때처럼 아끼지 못합니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서 각종 비용 지출에 낭비가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년 후 재취업을 하게 되는 중소 영세기업은 가족경영 기업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들 회사의 오너 또는 사장은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생각합니다. 따라서 대기업에서는 당연하게 지불되는 경비까지도 아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큰 조직에 근무하다가 재취업을 하는 사람들은 특히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물정 모르고 낭비한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것입니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정리=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