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해외건설협회에는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1976년 협회 설립 이후 최초로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해외지부가 설치된 것이다. 건설업은 1965년부터 지난해까지 3000억 달러 이상을 해외에서 수주했을 만큼 한국의 대표적인 외화 획득 산업이지만 업계 차원에서 해외시장 조사망을 운영한 적은 없었다.
17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해외건설협회에서 만난 이재균 회장(55·사진)은 “올해 2월 취임 후 가장 놀라웠던 일 중 하나가 연간 300억∼400억 달러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건설업계를 대표해 해외에서 시장조사를 하는 네트워크가 없다는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건설업은 일반 제품을 수출하는 제조업과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 철저하면서도 특성화된 현지시장 조사 기능이 필요하다”며 “대형 건설사들은 논외로 쳐도 중견 및 중소건설사들은 해외시장 정보가 부족하고 요즘 같은 경제위기 때는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협회는 내년 중 남아프리카공화국, 캄보디아, 페루 등 5곳에 추가로 해외지부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들 국가는 국토해양부가 현지 대사관에 파견하는 국토해양관이 없지만 향후 중견 및 중소건설사들이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이 회장은 “중동, 동남아,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주한대사나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본 결과 한국의 중견 및 중소건설사들의 기술력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며 “하지만 중견 중소건설사들은 해외 진출 노하우 부족과 부담감 때문에 국내에만 머무르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카자흐스탄과 베트남 등에 공격적으로 진출했던 유명 중견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당수 업체가 해외시장 진출에 몸을 사리고 있다.
이 회장은 “국내 건설시장은 규모가 작고 이미 인프라가 확립돼 있어 중견 건설사들도 해외로 꾸준히 진출할 수밖에 없다”며 “협회가 설치하는 해외지부가 이들의 시장을 넓혀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사급 전문가들로 구성된 해외건설 정책연구부서도 조만간 설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