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올랐나” 글로벌 증시 피로감

  • 입력 2009년 6월 18일 02시 59분


3월 이후 20∼50% 상승… “긴 조정장세 진입”

랠리가 끝난 것일까. 올 3월부터 이어진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가 큰 흐름상 이제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경고가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주요 증시들은 3월 이후 최근까지 20∼50%씩 상승했다. 그러나 경기지표와 기업실적이 주가상승 속도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증시가 피로감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최근 몇 달 동안 진행된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상승장은 이제 끝났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5일(현지 시간) 2.13% 급락한 데 이어 16일에도 1.25% 하락하며 8,500 선까지 떨어졌다. 16일 증시에선 경기 지표의 부진, 대형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의 실적 악화 등 다른 악재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주가상승 국면이 끝났다는 경고가 잇달아 나오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어제(15일)의 주가 급락이 앞으로 몇 주일간 계속될 조정 장세의 시작이 된다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등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 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앞으로 몇 주 내에 금융시장이 다시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도 15일자 보고서에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올해 말 목표 수준을 지금(911.97)보다 낮은 900으로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랠리는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 상승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과 정부의 유동성 공급이 막바지에 이른 점, 2분기 기업실적이 악화될 우려 등으로 최근 증시의 주가 상승세가 끝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증시도 지난달 초부터 이어진 긴 조정장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주엔 미국 증시 약세의 영향으로 외국인이 3일 연속 선물(先物)·현물 시장에서 모두 매도 공세를 펴며 지수가 매일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만 엔 선을 넘었던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15, 16일 이틀간 급락하며 9,840엔 선으로 후퇴한 상태다.

실물경기에 비해 너무 많이 올라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가 꺾인 가장 큰 이유로는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분석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일례로 엔씨소프트와 효성 등의 종목은 지난해 11월 이후 300∼600%까지 급등했다”며 “주식의 단순 가격매력이 떨어졌고 유동성 장세는 이제 막바지 국면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뚜렷한 개선추세를 보이다가 최근 다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경기지표 및 기업실적도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의 5월 산업생산량은 전달 대비 1.1% 감소했고 설비가동률도 68.3%로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다. 뉴욕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6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도 ―9.4로 전달(―4.6)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또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신용카드업계의 카드 부도율이 8∼12% 수준까지 오르면서 부활 조짐을 보이던 미국의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각국의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다시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기업이익이 증가하면 실적 장세가 올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 게걸음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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