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7500배럴 생산 계획… 인근 노다지는 中이 선점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카자흐스탄 서북부의 악튜빈스크 주 악토베 시에서 남쪽으로 펼쳐진 끝없는 초원 344km를 달렸다. 차 천장에 머리가 쿵쿵 부딪칠 정도로 길은 울퉁불퉁했다. 카스피 해 인근에서 석유를 나르는 대형 트럭들이 도로를 망쳐놓았기 때문이다. 비포장도로를 5시간가량 달리니 하얀 모래 언덕 위로 검은 연기들이 피어오르고 곧이어 10여 개 컨테이너 박스들이 나타났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이 각각 50% 투자한 석유개발회사 ‘아다 오일(ADA Oil)’의 아다 광구 현장 사무소였다. 아다 오일의 운영권을 쥐고 있는 한국석유공사는 2006년 6월 이곳에서 탐사 시추작업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8개월이 지난 올해 2월 현지 정부로부터 3000만 배럴의 추정매장량을 인증받았다. 석유공사 측은 “정부에 매장량을 인증받으려면 보통 5년이 넘게 걸린다”며 “아다 광구는 유정(油井)의 깊이가 얕아 인증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번 발견하면 개발이 쉬워 잠재력이 높은 광구”라고 덧붙였다.
○ 생산은 걸음마 단계
첫 개발 시추를 앞둔 아다 광구의 22번 유정은 드넓은 항구를 연상케 했다. 모래 바닥인 이 유정의 한가운데에는 높이가 32.6m에 이르는 큰 ‘철탑’이 우뚝 서 있었다. 유정 속으로 빨대처럼 긴 파이프라인을 꽂기 위한 ‘드릴링 리그’ 장비였다. 현장 책임자가 드릴링 리그의 테스트를 지시하자 ‘철탑’ 위에서 길이 13m짜리 파이프가 ‘잉∼’ 소리를 내며 수직으로 내려왔다. 본격 시추가 시작되면 이 파이프는 땅을 뚫고 내려가 석유를 빨아내는 빨대 역할을 한다.
드릴링 리그 옆 거대한 컨테이너에는 진흙물이 넘실넘실 채워지고 있었다. 파이프가 지하를 뚫고 들어갈 때 생기는 모래와 바위 파편을 지상으로 끄집어내는 용도였다. 파이프를 통해 이 물을 쏟아 부으면 지하에서 생긴 파편들은 압력에 의해 파이프 사이로 빠져나온다. 현장을 총지휘하고 있는 임종찬 석유공사 악토베사무소 부장은 “이 장비는 기존 장비의 약점을 보완해 10일 안팎인 시추 기간을 2, 3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지하 700m를 뚫는 데 걸리는 기간을 7, 8일로 단축하면 15만 달러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다 오일은 조만간 현지 정부로부터 석유생산 면허를 받아 본격적 생산에 나선다. 기존 11개 유정은 탐사를 위해 뚫었지만 생산을 위해 올해 7곳을 새로 뚫는다. 류상수 석유공사 카자흐스탄사무소장은 “아다 광구는 유정 깊이가 얕아 투자 대비 산출효과가 커 기대가 크다”며 “앞으로 50여 개 유정을 시추해 2012년부터 하루 7500배럴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산을 위한 첫 시추를 앞두고 들뜬 아다 광구와 달리 인근 켄키야크 지역 중국 광구는 오래된 공단의 모습이었다. 아다 광구를 지프차로 20분가량 빠져나와 악토베 시로 향하는 길에 마주친 이 광구에는 원유 펌프 수십 개가 시꺼멓게 깔려 있었다. 고요한 사막이지만 순찰트럭이 주변을 오가며 주변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중국 국영석유회사 CNPC가 운영하는 이 광구와 인근 잔지졸 광구에서는 하루 평균 10만 배럴의 석유가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아다 광구의 하루 생산량이 7500배럴인 점을 생각하면 약 13배 규모.
중국은 일찍이 목 좋은 이곳을 선점했다. 사키예프 테미르갈레 아다 오일 지사장은 “중국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잠재력 높은 이곳 광구를 구입한 후 투자를 집중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경제위기 속에서도 인근 망기스타우 지역 쪽에 또 다른 투자를 한다는 설이 있다”고 전했다.
이양구 주카자흐스탄 한국대사관 알마티분관장은 “중국은 경제위기로 어려운 최근에도 현지 석유사를 인수해 굉장한 대박을 냈다”며 “경제위기라고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전략적으로 투자에 불을 지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자원개발 전쟁’에 뛰어든 곳은 중국 기업들뿐만이 아니다. 김병권 KOTRA 알마티 센터장은 “이미 개발된 호주 등과 달리 카자흐스탄은 미개발 지역이 많아 자원 분야의 세계적 기업은 다 들어와 있다”고 전했다.
악토베·알마티=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