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거점도시 육성 규제완화 필수
中쑤저우 脫규제로 10년만에 개벽
실사구시-개방-자유화의 힘 실감
국제비즈니스센터(IBC) 포럼의 물류중심지 운동은 단순히 운수산업을 일으키자는 운동이 아니었다. 인천, 부산, 전남 광양시와 같은 물류 거점 도시는 국제화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은 이 고장 지도자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각종 규제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고충이자 불평이었다. 국제화를 위해서는 발상과 관행,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혁은 비단 물류기지를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 전체의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혁을 일시에 전국적으로 시행하자면 정치 사회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개혁의 필요성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물류 거점 도시부터 국제화하자는 것이 물류중심지 운동의 취지였다.
개혁의 초점은 정부 규제 완화와 자유화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물류중심지는 경제자유구역으로 발전하게 됐다. 이를 위해 그동안 정부의 노력으로 많은 개혁과 개선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푸둥(浦東), 싱가포르, 홍콩 등과 비교해 보면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
지난 회에서도 말했거니와 물류기지는 단순히 수송기지를 말하는 것이 아닌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현대의 물류기지(Logistic Center) 개념은 교통, 운수와 관련된 각종 직접적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세계화 추세에 따라 유통, 생산, 금융, 정보, 관리, 관광 등의 서비스 기능이 모여드는 추세를 중요시한다. 그러므로 물류기지를 개발한다는 것은 곧 각종 서비스산업을 개발한다는 뜻과 같다.
필자와 IBC포럼은 2005년 중국의 푸둥과 쑤저우(蘇州)를 방문한 일이 있다. 우리는 쑤저우를 역사 유적이 많은 곳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 가서 보니 쑤저우는 세계 최첨단 도시로 변모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는 가로등부터 어느 선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디자인으로 장식돼 있었고 넓고도 넓은 도로 양편에는 아름다운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특기할 것은 과학과 기술 개발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 대학원 도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외국의 저명한 교수들을 초빙하기 위해 최고급 아파트와 위락시설을 완비하고 있었다. 시청에서 나온 안내자는 외국 학자들이 가방만 들고 오면 가르칠 수 있게 해 놓았다고 자랑했다.
쑤저우 시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는 전시관이 있기에 그곳에 들러 전시물을 보다가 유리상자 안에 액자로 장식한 한 장의 문서에 눈길이 갔다. 무엇인가 하고 들여다보았더니 베이징(北京)의 중앙정부가 쑤저우 시장에게 보낸 공문의 원본이었다. 안내자에게 사연을 물어본즉, 쑤저우 시가 개발 초기에 외자도입에 안간힘을 다했는데 중앙정부의 규제가 너무나 많아 외자유치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느껴졌다. 쑤저우시장은 고민 끝에 중앙정부에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고 중앙정부가 답신으로 보내온 것이 바로 이 공문이라는 것이었다. 공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유리한 조건이면 무엇이든 실행하고 실사구시(實事求是)로 실효를 거두도록 하라’는 말이었다. 그 후 쑤저우 시는 중앙과 지방 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나 불과 10년 만에 오늘과 같은 초현대적인 신도시와 첨단 공업도시 및 일류 대학원도시의 복합체를 건설해 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오로지 이 공문의 덕택이라고 하여 그것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삼성과 LG를 포함한 세계 저명 기업들이 입주해 있었고 기업 하기 좋고 살기 좋은 곳이라는 말을 들었다.
자유화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 실감하는 동시에 중앙정부의 영단(英斷)도 그러려니와 이 공문 한 장을 길이길이 고마워하는 쑤저우지방 공직자의 마음씨가 내 가슴에 와 닿았다. 개방화와 자유화에 회의적인 한국 학생들에게 이것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필자가 이끄는 한국선진화포럼은 2007년 7월 기업의 후원을 받아 80여 명의 학생을 푸둥과 쑤저우에 파견했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