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 새터민 정착돕는 사회적 기업 만들것”

  • 입력 2009년 6월 18일 03시 00분


고려대 사회학과 석사과정을 밟으며 북한 인권전문가를 꿈꾸는 오세혁 씨는 온라인 쇼핑몰 ‘반달이샵’을 운영하는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오 씨는 쇼핑몰 사업을 통해 온몸으로 비즈니스를 체험하며 값진 경험을 쌓고 있다. 유성열 기자
고려대 사회학과 석사과정을 밟으며 북한 인권전문가를 꿈꾸는 오세혁 씨는 온라인 쇼핑몰 ‘반달이샵’을 운영하는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오 씨는 쇼핑몰 사업을 통해 온몸으로 비즈니스를 체험하며 값진 경험을 쌓고 있다. 유성열 기자
온라인 쇼핑몰 ‘반달이 샵’ CEO 오세혁 씨

北에서 한국와 죽은 반달곰
새터민 자화상처럼 느껴져
공부하며 국제기구 취업 준비
북한 인권전문가로 활동하고파

“새터민 누구나 사업을 기획해 물건을 사고팔고 한국 사회에 훌륭히 정착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반달이 샵’ 같은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새터민 오세혁 씨(31)는 온라인 쇼핑몰 ‘반달이 샵’(www.halfmb.com)을 운영하는 최고경영자(CEO)다. 2002년 탈북해 한국에 온 오 씨는 새터민 친구들과 함께 한국청년정책연구원에서 창업교육을 받고 지난해 9월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했다. 창업 아이템은 반달곰 캐릭터로 티셔츠 등의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 오 씨는 “북한에서 한국으로 보내진 반달곰이 적응을 못해 죽어간다는 얘기를 들으니 새터민들의 ‘자화상’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반달이와 새터민 모두가 잘 정착해 보자는 뜻으로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9개월여 간 쇼핑몰을 운영해 거둔 수익은 600만 원 정도. 오 씨는 “성공 여부를 떠나 비즈니스를 몸소 체험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직접 동대문시장을 누비며 상인들과 흥정을 하다 보니 자신감도 저절로 생겼다. 노력만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배운 것도 큰 보람이다. 오 씨는 “반달이를 캐릭터로 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 씨는 아버지가 노동당에서 출당 조치를 당한 뒤 농촌으로 쫓겨나자 탈북했다. 2004년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에 입학한 오 씨는 여느 청년처럼 미래가 걱정됐다. 열심히 공부해 높은 학점도 취득했지만 사회 경험이 부족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오 씨는 결국 식당 허드렛일부터 공사판 막일까지 다양한 일을 하며 경험을 늘렸다. 오 씨는 “정착에 실패하는 새터민들 역시 사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성공은 결국 본인 노력에 달렸다는 것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때마침 오 씨는 지난해 국제사면위원회(국제앰네스티)와 북한 인권에 관한 인터뷰를 하다 문득 자신의 미래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권이 열악한 북한 주민들을 안타까워한 오 씨는 국제기구로 나가 북한 인권전문가로 활동하고 싶었다. 국제기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학이 필수라고 생각한 오 씨는 800점대로 토익 점수를 올리고 중국한어수평고시(HSK)도 7급까지 따냈다. 올해는 고려대 대학원 사회학과에 입학해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오 씨는 “다양한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사회학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에서 접할 수 없는 학문이라 매력적이었다”며 “쉽지 않겠지만 반달이 샵과 공부, 국제기구 취업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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