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자본시장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 유상증자와 채권발행, 기업공개 등이 크게 증가하면서 막혔던 기업의 자금줄을 트는 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기업의 유상증자 규모는 금융위기의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해 하반기 1조5672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가 올 들어 이달 19일까지 3조631억 원으로 급증했다. 유상증자 횟수도 지난해 하반기 103건에서 올해 상반기 118건으로 늘었다. 5월 중순 6816만 주를 모집했던 하이닉스 유상증자 공모청약은 4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면서 26조 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수준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채권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17조2370억 원과 17조3571억 원으로 집계된 회사채 발행액은 올해 상반기에만 35조4159억 원으로 지난해 총액을 넘어섰다. 또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액은 지난해 하반기 4조8415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9조9072억 원으로 늘었다. 특히 주가와 연계된 신종 회사채에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올해 3월 기아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시중자금 8조 원이 집중됐고 기관과 외국인들 사이에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증시가 폭락하면서 기업공개시장도 위축돼 기업공개에 나선 기업은 18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25곳이 공모에 나섰고 기업공개 규모도 지난해 하반기 3958억 원에서 4541억 원으로 커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자본시장이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회복하는 현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KTB투자증권 박희운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회복을 기다렸다가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와 불투명한 올 하반기를 대비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올 상반기 채권발행, 기업공개 등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 증시가 살아나면서 자본시장이 본래 기능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