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TRA-경기도, 美서 ‘조달 콘퍼런스’ 열어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대단합니다. 미국 육군 보안통신탑 탑재용으로 한국업체의 중계기를 구매하는 걸 검토 중입니다."(미국 노스타이드사 간부)
미국 버지니아 주 윌리엄스버그에서 14~17일 KOTRA와 경기도가 함께 마련한 '미국 정부 조달주간' 콘퍼런스가 열렸다. 미 연방정부가 발주하는 정보기술(IT) 관련 대형 프로젝트에 한국 중소기업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IT 및 인터넷 시큐리티 관련 미국 내 조달기업(바이어) 62개사와 한국의 서울, 경기 지역 중소기업 18개사가 참여했다.
사실 그동안 상당수 한국 기업에 미 정부 사업은 '까다롭고 벽이 높을 것'이라며 지레 포기하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3박 4일 일정으로 숙식을 함께하며 한국 업체들의 기술력을 설명 듣고 난 미국 바이어들은 한국 제품의 경쟁력을 한결같이 높게 평가했다.
이번 행사는 리조트타운을 빌려 셀러와 바이어가 나흘간 함께 시간을 보내며 네트워킹에 이어 시장동향 세미나, 제품설명회, 일대일 상담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상담 결과 미국의 노스타이드사는 한국 GS인스트루먼트의 중계기와 엠트론이 만드는 플래시 저장장치를 높이 평가하고 구매 의사를 밝혔다. 미 퀄트론사는 한국 루미네이처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기기 공급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파라곤테크의 광학기는 미국 바이어 3개사가 눈독을 들였다. 나흘간의 행사를 통해 한국 측 12개 회사 제품에 대해 18건의 계약 또는 가계약이 맺어졌다. 중소업체 직원은 "그동안 도전도 안 해 보고 지레 포기했던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과거엔 먼저 선진국의 어려운 시장을 뚫고 거기서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 시장을 장악하는 '선난후이(先難後易) 정신'이 강했다. 그러나 요즘은 어려운 시장은 기피한 채 쉽고 단기에 성과가 나는 시장만 쫓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무역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항공권 이외엔 별도의 참가비가 들지 않았지만 한국 측 참가업체를 모으는 게 쉽지 않았다. 선진국 정부 조달사업 참가를 위해선 3년 이상의 긴 안목이 필요하다. '제안 접수→예산 반영' 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업체는 장기적 안목이 요구되고 불확실한 데다 난도가 큰 사업은 지레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한 군사훈련용품 납품업체는 미 록히드마틴사와 협의가 잘 진행돼 미 국방부에 대규모 납품기회를 잡는 듯했으나 현지 공장 설립 등 투자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이자 망설이고 있다. 사막의 모래바람속이나 혹한·혹서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해 미국 국방부에 납품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일본제 '견고화 노트북'은 사실 한국의 중소업체가 납품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물러선 대형 납품 프로젝트였다.
KOTRA 워싱턴센터 송유황 센터장은 "미국 바이어들은 한국의 기술력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우리 기업들은 미 정부 사업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 관심과 도전을 당부했다.
윌리엄스버그(미 버지니아 주)=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