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25일 확정… 經-勞 평행선

  • 입력 2009년 6월 22일 02시 56분


경영계 “최저임금 또 올리면 소상공인 부담”

노동계 “생계의 최후 방어선 후퇴시켜서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앞에서 복사집을 운영하는 안모 사장은 최근 직원을 내보낼까 고민하고 있다. 안 사장은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3770원에서 4000원으로 오르면서 월급도 95만 원에서 105만 원으로 올려줬다. 그러나 그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노동계가 요구하는 대로 4916원으로 오르면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 사장은 “종이 값은 이미 많이 올랐고 복사비는 그대로인데 임금마저 오르면 가장 손대기 쉬운 아르바이트 직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는 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달 25일 열리는 가운데 최저임금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리면 경영 압박을 받는다고 호소하는 반면 노동계는 최저 생활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2010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노동계는 2009년도(4000원)보다 22.9% 오른 4916원(월 111만1016원)을 요구한 반면, 경영계는 3770원(월 85만2020원·5.8% 삭감)을 제시했다. 양측은 그동안 6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뚜렷한 결론을 못 냈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이달 5일부터 25일까지를 최저임금 집중 투쟁기간으로 정했다. 민주노총은 2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1박 2일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이들은 2008년 5인 이상 상시근로자 평균 정액급여(215만3914원)의 절반은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뜩이나 적은 임금에 생활이 어려운데 이마저도 깎으면 생계의 최후 방어선마저 무너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경제위기로 임금 인상이 억제되는 분위기에 노동계도 동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조만간 공동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 인상 반대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최저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10.1%로, 이는 연평균 명목임금상승률(5.9%)이나 연평균 물가상승률(3.1%)을 훨씬 웃돈다는 것이다. 강남훈 중기중앙회 본부장은 “올해 최저임금은 글로벌 경제위기 전인 지난해 6월 결정됐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은 그동안 경영실적보다 무리한 인건비를 부담했는데, 여기에 최저임금을 20% 넘게 올리면 소상공인들이 근로자를 고용할 여력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문형남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도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높으면 오히려 고용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종 의결안을 이달 29일까지 노동부 장관에게 보내면 장관은 이를 8월 5일 고시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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