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백화점 명품코너에 뜬 ‘서비스 암행어사’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고객 가장해 친절도 체크

현대백화점 새 시도 주목

현대백화점 명품 매장 직원들에게 이제야 말할 수 있겠소. 암행어사가 행차했었단 말이오. 물론 그는 두루마기에 삿갓 차림이 아니오. 얼굴이 시뻘건 도깨비 형상도 아니오. 그는 명품을 간절히 원하나 행색이 남루한 시장 아줌마 모습일 수도 있고, 명품이라곤 단 한 번도 손에 넣어본 적이 없어 보이는 등산객의 형색일 수도 있소.

현대백화점이 이달 1∼22일 유통업계에서 ‘미스터리 쇼퍼’(고객으로 가장해 각 매장의 서비스를 점검하는 사람)로 통하는 ‘현대판 암행어사’를 매장에 잔뜩 풀어놓았던 건 현대 명품 매장 직원 여러분이 자초한 일이라 할 수 있소. 평범한 손님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기세란 말이오. 그럼 이 백화점이 전하는 손님들의 소리를 들어보겠소?

“가격부터 먼저 말해 손님 반응을 보고 그 사람의 등급을 매기죠.” “고정 단골에게만 싹싹하고 처음 본 고객에겐 소홀하단 말입니다.” “등산복을 입고 갔을 땐 무시하더니, 다음 날 정장을 입고 가니까 태도가 싹 변하더군요.” “직원 스스로가 명품인 줄 알아요.”

지난해 이 백화점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명품에 대한 고객추천지수가 총 20개 상품군 중 19위에 그친 건 알고나 있소? 지난해 본점에서 고객 만족도 점수가 80점 이상인 명품 브랜드는 매출이 전년 대비 평균 36% 늘었지만 80점 미만인 명품 브랜드는 1.3%밖에 늘지 않았소. 명품 매출과 고객 만족도 간에 상관관계가 있단 뜻이요. 80점 미만은 C, F, G 브랜드 등 한국에서 유독 인기 있는 명품이었소. 여러분의 차별 대우가 신규 고객 진입을 막는다면 당신들의 일자리가 영영 편안할 수 있겠소? 하루 종일 서서 고객을 응대하는 피로함을 ‘명품의 위세’로 화풀이하려는 것만은 결코 아니리라 믿고 싶소.

현대백화점은 이번 암행사찰의 결과를 각 명품회사에 알리기로 했소. 이젠 너무 속 보이는 ‘물 관리’ 하지 맙시다. 명품이 뛰고 날아봤자 ‘물건’일 뿐인데, 한낱 물건으로 사람끼리 반목하는 건 우습지 않느냔 말이오.

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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