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고객소통 마케팅’으로 전략 바꿀 때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버튼 블룸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부사장

“삼성은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 일본 소니를 꺾을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한국 기업들은 현재 불황을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올해 4월 글로벌 브랜드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부사장으로 취임한 버튼 블룸 부사장(59·사진)은 18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블룸 부사장은 그동안 일본에서 활동하며 IBM과 광고회사인 하쿠호도 등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인터브랜드에서는 2001년부터 닌텐도와 닛산, 전일본항공(ANA) 등의 브랜드 관리를 맡았다.

그는 “모든 기업이 광고와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불황기가 기업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며 “지금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 경기가 회복된 후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해외에서 ‘소니 TV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브랜드’ 정도로 알려졌던 삼성전자가 2002년 이후 소니를 꺾은 원동력이 바로 ‘불황기 브랜드 관리’였다는 지적이다.

블룸 부사장은 “당시 삼성은 불황기였음에도 전사적 브랜드 관리에 들어갔다”며 “브랜드 측면에서 소니가 잠자고 있었다면 삼성은 불황 속에서도 질주했다”고 말했다. 이때 무게중심이 넘어간 ‘브랜드 파워’가 지금도 삼성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한편 블룸 부사장은 지난해 이후 계속된 경기 침체에 따라 조만간 새로운 ‘글로벌 브랜드 싸움’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앞으로는 애플이나 IBM과 같이 ‘시장을 창조하는’ 브랜드가 성공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첨단 기술’을 내세워 브랜드를 관리한 측면이 있다”며 “이제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시장을 창조하는’ 브랜드 전략을 세울 때”라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이야기를 던지고 새로운 기술을 주도해 ‘시장을 이끈다’는 이미지를 주는 IBM의 브랜드 전략이나 기술 혁신보다는 대중의 요구를 반영해 ‘글로벌 충성고객’을 만드는 애플의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블룸 부사장의 마지막 충고는 한국 기업들이 새겨들을 만하다. “만약 내일이라도 다른 나라에서 삼성이나 LG보다 더 싸고 기술적으로 좋은 제품을 만든다면 전 세계 고객들은 곧바로 그 브랜드 제품을 살 것입니다. 애플 제품은 잘 모르겠네요. 그게 한국 기업과 애플의 차이입니다. 앞으로 애플에서 배워야 할 브랜드 관리법의 핵심 아닐까요.”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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