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실업자 늘었다는데 실업률은 제자리…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아버지 일 도와도, 편의점 알바 해도 취업

숫자만 따져 발생하는 ‘통계의 함정’이죠

[Q]경제위기로 최근 회사를 그만두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실업률은 나빠지지 않았는데 왜 그런가요?

[A]통계청은 매달 중순 전달의 취업, 실업 상황을 보여주는 ‘고용동향’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이달 10일에도 ‘2009년 5월 고용동향’을 내놨습니다. 5월 실업자 수는 93만8000명으로 2월(92만4000명)보다 1.5%(1만4000명) 늘었습니다. 그러나 실업률은 3.9%에서 3.8%로 낮아졌지요. 실업자 수가 늘었는데 실업률은 오히려 낮아진 것입니다.

그 이유를 알려면 먼저 통계청의 실업률 통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통계청이 매달 실시하는 고용동향 조사는 다음과 같이 이뤄집니다.

먼저 만 15세 이상이면서 군인, 수감자가 아닌 사람은 모두 ‘노동가능인구’로 분류됩니다. 노동가능인구 가운데 매달 15일이 속한 주에 1시간 이상 돈 또는 물건을 받고 일했거나, 그 주에 18시간 이상 가족의 일을 도왔다면 모두 취업자입니다.

취업자가 아니라면 다음 조건에 맞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한 달 중 4주간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알아봤고 △취업이 되면 당장 일을 할 수 있지만 △한 달 중 단 한 시간도 일하지 않았다면 실업자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이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시키지 못하면 ‘비(非)경제활동인구’로 봅니다. 즉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한 시간이 4주가 안 되거나, 취업이 돼도 당장 일할 수 없는 사람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런 조건들 때문에 경기가 나빠 회사를 그만두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도 이들이 모두 통계적 의미의 실업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집안일을 돕거나(취업자)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비경제활동인구)도 많기 때문이지요.

조금 더 예를 들어 볼까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는 사람은 취업자입니다. 편의점에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직을 준비하거나 한 달에 한 편의 글을 잡지에 연재해 원고료를 받는 사람도 모두 취업자입니다. 2년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사람이나 10년 넘게 고시공부에 매달리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알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됩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둔 가정주부, 취업준비학원에 다니는 대학 졸업생도 모두 비경제활동인구입니다.

이 때문에 언론은 실업자, 취업을 위해 학원에 다니는 사람, 구직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쉬는 사람, 구직을 포기한 사람을 모두 합쳐 ‘사실상 백수’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5월 실업자에 취업준비자(62만6000명), 쉬었음(130만6000명), 구직단념자(15만1000명)를 합한 ‘사실상 백수’는 총 302만1000명이었습니다.

이제 실업자가 늘었는데도 실업률이 낮아진 수수께끼를 풀어볼까요? 실업률은 전체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실업자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친 수인 동시에 노동가능인구 가운데 비경제활동인구를 뺀 수입니다.

실업자가 늘어나도 취업자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면 실업률은 오히려 떨어집니다. 경제활동인구라는 분모가 커지기 때문이지요. 취업자는 2월의 227만4000명에서 5월에 237만2000명으로 4.3%(9만8000명) 늘어 실업자보다 증가폭이 컸습니다. 1, 2월에 취업자가 적다가 봄철에 다시 늘어나는 경향이 있고,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행정인턴 등을 많이 뽑은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때문에 실업률 통계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종종 받습니다. 따라서 경제기사를 쓸 때 기자들은 실업률보다 전년 같은 달에 비해 취업자 수가 얼마나 줄었는지, 실업자 수는 얼마나 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5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만9000명 줄었습니다. 14만2000명이 줄어든 2월보다 많이 감소한 것입니다. 경제위기로 일자리를 잃거나 가게 문을 닫는 사람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경우를 포괄적으로 살피지 않고 실업률 통계에만 집착하다간 자칫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통계의 함정’에 빠지는 셈이지요. 경기가 빨리 되살아나 실업이나 구직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줄어들기를 바랍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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