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고위직에서 퇴직한 뒤 다른 기업에 재취업하는 사례가 많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재취업한 회사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제 경험에 따르면 젊은 세대에게 경쟁자가 아니라 조언자로 비치게 하는 노력, 장애물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존재로 비치도록 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상은 지난해 제가 30년 넘게 교류해온 일본인 모모세 히로 씨를 만나 나눈 이야기입니다. 모모세 씨는 일본 대형 증권사의 기업금융담당 부사장과 계열 창업투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내고 퇴직한 분입니다. 70대 후반의 나이인 지금까지도 몇몇 기업의 경영고문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제넘은 일이 아닐까 걱정을 하면서도 이런 글을 쓸 용기를 낸 것은 모모세 씨와 비슷한 연배의 일본인 몇 사람과 오랫동안 교유해 오면서 그분들이 퇴직 후에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분들을 통해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일본 사회의 경험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모모세 씨가 제게 들려준 경험담입니다.
“제가 전 직장에서 퇴직하고 재취업한 회사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저에 대한 젊은 경영진들의 경계의 눈초리였습니다. 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저의 인맥이나 경험을 통해 해결해주면 고마워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저를 더욱더 경계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런 점이 너무나 섭섭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무능이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저 사람이 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을 갖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후부터는 저의 공적을 과시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억제하고 가능하면 그들이 경계심을 갖지 않도록 소리 없이 도와주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전 직장에서는 자료 작성은 물론 스케줄 관리까지 모두 부하 직원이 해주고 저 자신은 회의 주재나 사람 만나는 일만 했지만 새로운 회사에서는 매사를 스스로 처리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기보다는 장애물로 비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습니다.”
이상과 같은 모모세 씨의 경험담은 일본의 직장인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정리=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