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코스피는 전날 미국발(發) 악재의 영향으로 39.17포인트(2.80%) 하락한 1,360.54로 4월 28일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전날 뉴욕증시는 전 거래일보다 200.72포인트(2.35%) 급락한 8,339.01로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하락하면서 일본과 홍콩 증시는 전날보다 3%가량 떨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증시에서 대거 순매도를 한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6.30원 오른(원화가치 하락) 1,290.8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4월 29일 1,340.7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세계 증시의 동반 하락은 세계은행이 22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1.15%포인트 낮춘 ―2.9%로 하향 조정한 영향이 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를 예언한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같은 날 미국 CNBC방송에서 “미국 경제가 W자 형태의 ‘더블딥(double-dip)’을 겪으면서 시장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 점도 글로벌 증시에 공포감을 확산시켰다.
전문가들은 증시 급락의 이면에는 상반기(1∼6월)에 급등한 유가와 금리 상승의 우려, 늘어난 재정 적자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24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내놓는 정책 금리의 결정과 유동성에 대한 언급도 시장의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증시는 유동성을 환수하는 탈출 전략의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기업 이익은 늘어나지 않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라며 “피로한 증시가 세계은행의 발표를 빌미삼아 조정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