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들 잇달아 ‘투자 러브콜’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그린 코리아의 힘

탄탄한 IT 인프라 - 정부 녹색성장 의지에 해외 투자 몰려

4대강 살리기에도 ‘그린 IT’ 적용… 스마트 리버 거듭나기

《“대통령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올해 2월 미국 시스코시스템스 아시아태평양 지사가 한국 방송통신위원회에 긴급 요청 사항을 전해왔다.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는 것이었다. 방한을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시스코 같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일정은 최소한 6개월 전에 확정된다. 물론 대통령의 일정은 그보다 더 미리 잡힌다. 시스코의 요청을 전해들은 청와대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 그가 아무리 산업계의 거물이라고 해도 너무 급작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은 흔쾌히 승낙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스코 회장 “20억 달러 투자하겠다”

체임버스 회장은 2개월 뒤인 4월 14일 오후 이 대통령을 예방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유비쿼터스 도시(U-시티)’로 바꾸는 데 최소 20억 달러(약 2조5600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U-시티는 언제 어디서나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는 지능형 도시를 말한다.

시스코의 투자 발표는 그야말로 ‘깜짝 선물’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에 대한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가 160억 달러가 채 안 된다. 이전에도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한국에 투자한 사례는 많이 있다. 예를 들면 2004년 HP와 인텔, 2006년 구글 등의 투자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는 수준이었고 투자 액수가 미미했다.

규모도 규모지만 세계적으로 불황이 닥친 요즘 정부가 발 벗고 나서도 투자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시스코의 올해 경영 사정 역시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시스코는 올해 1분기 매출과 순익이 각각 20% 가까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대통령까지 직접 만나 2조 원이 넘는 거액을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이유는 무엇일까.

체임버스 회장은 “한국 IT 기업의 독창적인 비즈니스 기획력과 한국인의 신규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높은 관심, 그리고 현 정부의 IT를 기반으로 한 녹색성장 전략과 친기업적인 정책 의지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능형 도시 모델을 한국에서 먼저 성공시킨 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시스코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스웨덴 에릭손과 미국 IBM 등 지능형 도시를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던 IT 기업들도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IT 지렛대 삼아 ‘그린 강국’ 도약 전략

체임버스 회장의 발언에서 주목할 부분은 녹색성장 전략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지능형 도시’는 IT와 녹색성장이 밀접하게 연관되는 개념이다. IT의 효과는 공간의 제약성을 극복하고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이산화탄소가 줄게 된다. IT를 도입해 화상회의와 재택근무, 원격교육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갖가지 비효율을 없애는 것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 셈이다.

한국의 녹색성장 전략은 IT를 기반으로 한 ‘그린IT’ 전략이다. 예컨대 청계천에는 수많은 센서가 강수량, 유수 유입량, 오염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관리하는 시스템이 들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한층 업그레이드돼 ‘4대강 살리기’에 투입될 예정이다.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은 “4대강 살리기에 필요한 22조 원의 예산 가운데 10%는 IT 투자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재의 청계천이 4대강 살리기의 청사진이라는 설명이다. 방통위는 IT 시스템을 도입한 강에 ‘스마트 리버’(smart river)라는 이름을 붙였다.

방통위는 또 지난해 8월 문을 닫았던 KT 광화문 사옥 1층의 유비쿼터스드림전시관도 조만간 녹색관으로 이름을 바꿔 다시 개장키로 했다. 국민에게 IT와 녹색성장을 접목한 미래 모습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특히 녹색관 개장 행사에는 이 대통령이 방문해 녹색과 IT의 융합을 통한 성장 비전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IT를 지렛대 삼아 ‘그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복안이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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