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지만 부지런하게 해외시장 진출 활로를 닦는 회사들이 있다.
한국전력의 자회사 한전원자력연료는 올 2월 미국에서 웨스팅하우스사(社)와 공동으로 미국 CE형 원전과 한국 표준형 원전용 제어봉 집합체 생산을 위한 합작사 ‘KW 뉴클리어 컴포넌츠(KWN)’를 설립했다. 약 2년에 걸쳐 협상을 마무리한 결과다.
두 회사가 머리를 맞대 생산할 제어봉 집합체는 원자력 발전에서 원자로 내 연쇄 반응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에서 가속기나 브레이크처럼 핵분열을 일으키는 중성자 양을 조절해 원자로 출력을 높이거나 낮춘다.
KWN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와 한전원자력연료가 각각 지분의 55%와 45%를 보유한다. 이사진 구성과 중요한 의사결정은 두 회사가 함께 합의에 의해 운영하지만 제어봉 집합체 제조 시설은 한전원자력연료 공장 터에 건설될 예정이다.
이익환 한전원자력연료 사장은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한국 원자력의 기술수준이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이를 계기로 한전을 중심으로 한국 원전이 총력을 기울이는 원자력 해외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WN에서 생산될 제어봉 집합체는 2011년부터 국내 시장의 수요량에 맞게 충분하게 공급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CE형 원전을 대상으로 수출할 예정이다.
한전원자력연료는 이로써 약 800만 달러(약 101억6000만 원)의 수출입 대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핵연료 수출의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핵연료를 수출하는 국가는 미국 프랑스 정도인데, 수출이 성사되면 한국 원자력 기술 수준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한전원자력연료의 관심을 모으는 곳은 캐나다의 온타리오전력(OPG) 핵연료공급 건이다. OPG는 개량형 중수로에 들어갈 핵연료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애초 계획대로 이달 말 원자로 공급자가 결정되면 8월경 핵연료 공급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급 건에 한전원자력연료가 선정되면 캐나다에 약 14억 달러의 핵연료를 수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이 전체 지분의 96%가량을 보유한 한전원자력연료는 경수로용과 중수로용 원자력연료를 동시에 설계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회사가 주력하는 원자력연료 산업은 한국 원자력산업이 가장 먼저 기술자립을 이뤄낸 분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