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미국 인텔과 최대 휴대전화 업체인 핀란드 노키아가 새로운 형태의 휴대전화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정보기술(IT)업계는 두 회사의 협력이 휴대전화와 컴퓨터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또 PC 반도체 칩(CPU) 시장을 장악한 인텔이 휴대전화 시장에 깊숙이 발을 들임에 따라 글로벌 IT 시장의 영역 붕괴 현상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인텔과 노키아는 이번 협력을 통해 모양, 크기, 디스플레이가 기존의 스마트폰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휴대용 기기를 만들 계획이다. 언제까지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지 등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두 회사는 다만 데이터 이용이 자유로운 휴대전화를 만들 계획이며, 이를 위해 리눅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새로운 휴대전화 운영체제(OS) 개발에 협력한다고 설명했다. C넷 등 외신은 이 OS의 이름을 ‘오포노(Ofono)’라고 전했다. 인텔은 또 노키아의 고속패킷접속(HSPA) 기술 등에 대한 사용 권리를 매입하기로 했다고 전해졌다.
이번 협력은 IT 시장에서 한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글로벌 IT 시장은 ‘윈텔(윈도+인텔)’ 체제가 지배해 왔다. 윈텔이란 각각 시장의 절대강자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PC용 OS인 윈도와 인텔의 PC용 반도체 칩이 손잡고 시장을 장악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두 회사의 동맹은 인텔이 기존 영역을 넘어 휴대전화 OS에 손을 대면서 붕괴되고 있다.
MS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휴대전화용 OS인 ‘윈도CE’를 내놓고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협력하기로 했다. 나아가 내년 초에는 미국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을 통해 스마트폰을 직접 내놓기로 하는 등 휴대전화 제조업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인텔의 등장에 미국 퀄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영국 ARM 등 기존 휴대전화용 반도체 칩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퀄컴은 자회사를 통한 신규 사업으로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진출해 일본 닌텐도와 맞붙는다.
기존 영역의 완전한 붕괴에 PC 제조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이폰으로 대성공을 거둔 애플에 이어 미국 델, 대만의 에이서, 아수스와 일본 도시바 등 PC 제조업체들은 휴대전화 시장에 진출한다. 휴대전화가 웬만한 PC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때문이다.
휴대전화 시장의 강자인 노키아는 거꾸로 소형 노트북PC 시장에 발을 들이기로 했다. 인터넷의 황제 구글도 휴대전화용 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이른바 ‘구글폰’을 내놓는 등 글로벌 IT 시장에서 영역 파괴는 상식이 돼가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