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에선 챙겨간 여행 가방이 곧 사무실 책상이다. 뒤죽박죽 번잡스러운 책상이 업무 능률을 떨어뜨리듯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여행 가방은 그만큼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 해외 출장을 갈 땐 가방만 잘 꾸려도 비서 한 명이 공짜로 생긴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해외 출장에서 비즈니스 우먼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은 무엇일까? 언뜻 정장을 손꼽겠지만 스케줄을 꼼꼼히 따져본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더운 나라로 출장을 가거나 더운 여름철에 떠난다면 재킷은 부담스럽다. 여행 짐 부피와 무게를 고려해도 재킷 대신 셔츠를 기본으로 한 스타일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현명하다. 여행 가방 속을 채울 기본 아이템은 흰 셔츠와 푸른 셔츠, H라인 기본 스커트나 펜슬 스커트, 그리고 테일러드 팬츠 정도다. 3박 4일 정도 짧은 스케줄엔 완벽한 부피다. 좀 더 긴 출장이라면 질 좋은 카디건과 원피스 한 벌, 정장에도 매치할 수 있는 아무 무늬 없는 실크 면 혹은 폴리에스테르 혼방 티셔츠를 추가해 가져가면 된다. 이렇게 일곱 벌에 맞춰 기본 블랙 구두와 섹시한 스트랩 힐, 클래식한 백과 클러치, 그리고 약간의 액세서리만 더하자. 이것만으로도 일주일 이상 거뜬히 그 어떤 업무 스케줄도 소화할 수 있다.
아직 이걸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욕심쟁이 비즈니스 우먼을 위해 가상의 스타일 시나리오를 짜보겠다. 첫째 날은 화이트 셔츠와 스커트, 둘째 날은 화이트 셔츠와 팬츠. 그 다음 날은 화이트 셔츠와 원피스, 그리고 블루 셔츠와 스커트. 그 외에도 많다. 블루 셔츠와 팬츠, 원피스와 카디건, 그리고 카디건과 티셔츠에 스커트 등. 일곱 가지 기본 아이템은 마치 세포 분열을 하듯이 새로운 스타일을 끊임없이 만든다.
참고로 재킷 대신 화이트 셔츠나 카디건을 꼭 준비하자. 출장 기간 중 저녁 약속이 있을 때 활용하기 좋다.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도 캐시미어 카디건의 유용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캐시미어 소재로 만든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스웨터나 트윈 세트는 최고의 융통성을 발휘한다. 오피스 룩을 원한다면 펜슬 스커트와 매치하면 되고 칵테일 드레스 위에 살짝 걸쳐 섹시하게 연출할 수도 있다. 물론 언제나 결과는 럭셔리 그 자체다.” 캐시미어 카디건은 일단 놀랍도록 가볍고, 비행기 안에선 머플러 대용으로 체온 조절이 가능하다. 게다가 셔츠 드레스나 펜슬 스커트, 데님, 심지어 칵테일 드레스에도 모두 잘 어울리니 여행 가방에 꼭 빠지지 않고 들어가야 할 존재다. 마지막으로 어떤 여행이든 기본은 효율성이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여행 지퍼 팩을 꼭 챙겨가자. 한벌 한벌을 투명 지퍼 팩에 담아두면 그만큼 옷도 덜 구겨지고 정리도 쉽다.
유정윤 LG패션 TNGT여성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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