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시간경쟁 넘어 민첩성으로 승부하라

  • 입력 2009년 6월 27일 03시 00분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은 “덩치가 큰 기업이 항상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기업을 이긴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오랜 역사나 거대한 규모를 가진 기업이라도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DBR 그래픽 자료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은 “덩치가 큰 기업이 항상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기업을 이긴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오랜 역사나 거대한 규모를 가진 기업이라도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DBR 그래픽 자료
1990년대 중반까지 휴대전화 업계를 주름잡았던 모토로라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기술 표준이 바뀌는 불과 1, 2년 동안 방심하다 낭패를 봤다. 이 기회를 틈타 핀란드 노키아는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1위로 급부상했다.

이는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기업이 어떤 난관에 봉착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다. ‘속도(speed)’는 현대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 1980년대… 시간기준경쟁 시대

기업 경영에서 시간이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였다. 당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부사장이었던 조지 스토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성장한 일본 기업의 경쟁 우위를 설명하면서 ‘시간기준경쟁(time-based competition)’이란 개념을 제안했다. 일본 기업들은 당시 적시생산시스템(JIT·Just In Time)과 빠른 신제품 출시를 통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시장을 장악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 미국 대표 자동차 기업들의 신차 개발기간은 평균 60개월 이상이었다. 반면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평균 신차 개발기간은 46개월에 불과했다. 마쓰시타는 세탁기 제조 시간을 기존의 360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여 버렸다.

○ 1990년대… 무한경쟁의 시대

이후 1994년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리처드 다베니 교수는 ‘무한경쟁(hypercompetition)’이란 새로운 개념을 소개했다. 무한경쟁이란 제품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새로운 기술이나 예기치 못한 이단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는 데다 다양한 업종의 통합 등으로 기업들이 극심한 경쟁을 벌이는 것을 의미한다. 1990년대 들어 많은 산업에서 무한경쟁이 일어나면서 점점 더 사업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선도적 기업들은 무한경쟁 시대를 헤쳐가기 위해 원대하고 장기적인 전략이 아니라, 짧은 기간 유지되는 경쟁 우위를 꾸준히 만들어 내는 전략을 채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질레트 등은 두 가지 측면에서 속도를 전략에 접목시켰다.

첫째, 이들은 선점을 강조했다. 무한경쟁 상황에서는 기업이 신제품을 통해 수익을 영위할 수 있는 기간이 대단히 짧다. 따라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아야 고객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둘째, 도스(DOS) 등 기존 제품을 유지하는 데 집착하지 않고 오히려 윈도(Windows) 같은 신제품을 통해 자사의 과거 제품을 진부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기존 시장을 뒤흔들고 혼란을 조성해 일시적인 우위를 계속 창출함으로써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었다.

○ 2000년대… 전략적 민첩성의 시대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전략은 바둑이나 체스 게임에 비유할 수 있다. 바둑과 체스에서는 참가자들이 게임의 규칙을 서로 아는 상황에서 상대편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예측해 경기를 진행한다. 이처럼 전통적인 전략에서는 환경을 분석하고 경쟁자의 행동을 예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속도의 시대에는 이런 접근법에 한계가 있다. 우선 환경이 너무나 빠르고 복잡하게 바뀌기 때문에 그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게임의 규칙이 수시로 변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경쟁자가 출현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필요한 것이 바로 ‘전략적 민첩성(strategic agility)’이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이브 도즈 교수는 전략적 민첩성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전략적 민첩성을 확보하려는 기업은 세 가지 새로운 경영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전략적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 전략적 감수성이란 복합적인 상황을 인식하고 분석해서 이해한 뒤 이를 즉시 이용하는 통찰력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정확한 시나리오보다는 신속한 패턴 인식이 열쇠다. 전략적 감수성을 갖춘 기업들은 장기간에 걸쳐 세부적인 전략을 수립하기보다는 고객과 시장의 흐름에서 미래의 패턴을 읽어 내는 데 능하다. 이들은 외부와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이질적인 지식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혁신을 이뤄 낸다. 선도 고객과 비고객, 최종 사용자, 파트너와 협력업체, 외부 전문가들과 사업에 관한 의견을 수시로 교환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시스코는 사업전략을 임원 회의실에서 짜지 않는다. 그 대신 고객 및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이들의 요구를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사업전략을 수립한다.

둘째, ‘집단적 몰입’이 필요하다. 집단적 몰입을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이 공통의 목적을 향해 함께 일하고 있다는 묵시적 동의가 필요하다. 경영진이 서로 의존하면서 기업의 통합 전략에 기여하는 형태로 조직이 운영돼야 한다. 철저하게 분권화된 조직 구조로는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IBM은 제품 중심으로 사업부를 분할했다가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결국 조직을 통합해 서비스와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최고경영진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

끝으로 ‘자원 유동성’이 중요하다. 언제나 부족한 기업의 자원이 특정 사업이나 활동에 묶여 있어선 안 된다. 따라서 기업은 필요에 따라 자본이나 인력 같은 희소 자원을 신속하게 재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기회가 좋고, 조직 구성원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더라도 다른 곳에 자원을 투자하기 힘들다면 속도전에서 이길 수 없다.

프로세스 차원에서 시작된 속도 경쟁은 제품 차원을 거쳐 역량 차원의 속도 경쟁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 21세기 속도 경쟁의 승패는 감수성, 몰입, 유동성을 갖춘 민첩한 조직의 구성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dhlee67@catholic.ac.kr

※ 이 기사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6호(7월 1일자) 스페셜리포트에 실린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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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마케팅 및 영업 담당 임원의 사무실에 가보라. 한결같이 판매 현황표가 걸려 있다. 모두가 판매량을 늘리는 데만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 수익률, 제품 만족도, 유통 채널 생산성 등 마케터가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들도 얼마든지 많다. 마케팅 활동으로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려면 이와 같은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 Fresh Idea/서양의 합리성 이긴 동양의 ‘전략적 의도’

현대 리더십 이론은 대부분 서구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동양에도 훌륭한 리더십 모델과 전통이 존재해 왔다. 동양적 리더십, 즉 ‘전략적 의도’란 현재의 자원과 역량으로는 이루기 힘들지만 미래에 야심 차게 이뤄야 할 도전적 꿈을 말한다. 장기적인 목표에 열과 성을 다해 집착하는 것이다. 합리주의 전통을 가진 서구 기업인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결국 한국과 일본의 기업들에 허를 찔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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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음료 캔이나 폐고무를 활용해 큰돈을 벌 수 있을까? 재활용, 재가공, 재생산 등 제품 재구성 산업의 평균 수익률은 신제품 제조업의 수익률인 3∼8%보다 훨씬 높은 20%에 달한다. 세계 각국 정부는 각종 규제 및 공공·민간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 재생산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특정 기업이 제품 재구성에 필요한 요건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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