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가 상승 추세이던 올 3월부터 5월까지는 돈을 빌려 투자한 개인은 평균적으로 자신이 빌린 액수보다 더 많은 투자 수익을 냈을 것이다. 그러나 대략 5월 초부터는 주가지수의 움직임이 횡보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빚을 내 투자하더라도 만족스러운 이익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5월 이전과 이후 모두 신용잔액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뒤늦게 빚을 내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은 일부 투자자들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경제학에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있다. 효용은 어떤 물건을 사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인데, 물건을 추가로 소비했을 경우 그 만족감이 처음에 비해 갈수록 점점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처음과 나중의 음식 맛이 다른 것과 같다. 이와 비슷하게 투자에도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이 있다. 투자해서 처음 어느 규모의 이익을 내기 시작하면 그 만족감은 매우 크다. 그러나 그 후 같은 액수의 이익을 추가로 내도 투자자는 처음의 그 기분을 만끽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은 금액의 이익을 봐야 처음 맛봤던 정도의 만족감을 겨우 얻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일단 이익을 어느 정도 내면 그 이후 투자자의 기대치가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기대치가 높아지면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내야 만족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시장이 횡보하며 좀처럼 수익을 내기 어려울 때 투자자들은 그 만족감을 어떻게 충족할까. 투자자는 자신의 기대치를 채우기 위해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하게 된다. 빚을 내더라도 주가가 많이 오른다면 빚을 내지 않고 투자했을 때보다 많은 수익을 내고 따라서 그 비정상적인 기대치가 충족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가격의 움직임이 큰 저가(低價)의 투기적인 주식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둘 중 어느 것이나 투자의 리스크는 커진다. 이 상태에서 만약 시장이 조금만 요동을 쳐도 그 피해는 몽땅 다 투자자의 몫이 된다. 이처럼 이익을 볼수록 더 커진 그 만족감을 찾으려는 탐욕이 생기고, 그 탐욕 때문에 투자자는 불필요한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전형적인 투자 실패의 케이스다.
시장의 침체는 돈을 빌려 주식을 산 투자자에게는 큰 충격이 된다. 금액상 손실도 크지만 그 손실에 대한 불만족감도 엄청나다. 일반적인 투자 심리이론에 따르면 이익을 냈을 때의 만족감이 ‘1’이라면 같은 금액의 손실을 봤을 때의 불만족감은 ‘2’ 이상이 된다. 사람들은 ‘손해를 보면 안 된다’라는 손실혐오(loss aversion) 관념을 기본적으로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는 주가 하락이 깊어질 때 시장 대비 손실액이 몇 배는 커진다. 여기에 손실액의 두 배 이상의 이익을 내지 않고서는 만회하기 힘든 불만족감, 즉 괴로움을 얻게 된다.
투자자들은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편하게 살고 싶어 한다. 손실이 커지면 커질수록, 투자를 한답시고 밤잠을 설치고 번민을 하는 것도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내 투자자는 괴로움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주식을 마구 팔아버린다. 고점에 사고 저점에 파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투자와 투기는 엄밀히 다르다. 하지만 투자는 도박과 비슷한 면도 많다. 카지노에서 계속 돈을 따는 도박꾼의 노하우는 그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손실규모와 이익목표를 미리 정하고 도박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돈을 따면 딸수록 생기는 욕심을 제어할 수 있고 리스크 관리도 저절로 이뤄진다. 또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처럼 완전히 손을 털 때까지 베팅을 하는 일도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투자는 탐욕과 공포의 게임이다. 이 룰을 이해하면 돈을 벌면 벌수록 생기는 탐욕과 잃으면 잃을수록 휩싸이는 공포를 모두 이겨낼 수 있다.
송동근 대신증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