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수익사업에 KT설비 제공… 새 사업 적극 창출
"뼈아픈 각성을 통해 상생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올 1월 취임 후 KT를 개혁하는 강력한 조치를 잇달아 발표한 이석채 회장이 이번에는 협력업체와의 거래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KT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콘텐츠 제공, 유지보수, 정보통신공사 등 협력업체 최고경영자(CEO)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보기술(IT) 산업 고도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사업 아이디어(비즈니즈 모델)를 가진 협력업체에 KT의 설비를 개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에 통신설비를 개방해 이동통신 시장 진출을 돕고, 콘텐츠·서비스 업체에 개방형 인터넷TV(IPTV), 오픈마켓을 제공해 직접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KT는 물론 옛 KTF 협력사를 대상으로 금액 제한 없이 납품 대금을 100% 현금 결제하고, 자회사인 KT캐피탈을 통해 협력업체에 기존 금융권보다 낮은 금리로 2000억 원을 신용대출 해주는 등 실질적인 혜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KT는 아울러 시장가격을 떨어뜨리는 최저가(低價) 입찰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 외에 차순위, 차차순위 가격도 인정해 물품을 함께 구매해주는 '일물복수가(一物複數價)'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술 개발에서부터 함께 참여한 기업에는 일정기간 동안 배타적 납품권을 인정해준다.
유지보수 비용을 현실화하고 유가·환율 등 비용상승분을 합리적으로 보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울러 중소상공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100만개 업소를 대상으로 무료 홈페이지를 구축해주기로 했다. 표현명 KT 코퍼레이트센터장(부사장)은 "상생방안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경우 2012년까지 3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조4000억 원의 부가가치 창출, 1만6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뼈아픈 각성'을 언급하며 강력한 상생협력 방안을 밝힌 것은 KT 내부의 비리 근절과 신사업 발굴, 한국 정보기술(IT) 시장의 성장을 위해선 협력업체와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이날 "KT가 협력해서는 안 될 기업의 전형이라 중소업체들이 개발 동참을 꺼린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KT의 비용증가 요인이 있겠지만 다른 쪽의 비능률을 제거해 이를 흡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KT의 역량을 협력사에 더하고(加) 불필요한 프로세스는 폐지하며(減), 협력사와 시너지를 극대화한 뒤(乘), 성과는 공유(除)하는 '상생의 사칙연산'을 추진해 고객, 주주, 사회와 국가에 이익을 제공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KT는 협력방안 발표에 앞서 내부 행사를 갖고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금품수수 등의 비리를 강하게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김용석 기자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