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금송아지가 우리 집 송아지만 못하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자기 집에 있는 물건이 남의 것보다 못해도 자기 것이 더 실속이 있다는 뜻으로 은유적 표현이다. 기자는 이 속담을 통해 ‘남의 집’과 ‘우리 집’에 담긴 ‘소유’의 의미를 더 강조하고 싶다. 제아무리 값진 물건이라도 내가 소유하지 못하면 무의미하지만 아무리 하찮더라도 내 것이라면 애착을 느끼는 게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소유를 근간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소유 여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차비가 떨어졌다고 길 가는 사람에게 푼돈을 달라고 해보라. 대부분은 거지나 정신이상자 취급을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본주의에서 개인의 소유는 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 조금 더 나아가 보면 자본주의에서 부동산을 사고팔아 ‘차익’을 남기려면 반드시 소유를 반복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선량한 집주인을 만나도 집값이 오른다고 자기가 남긴 시세차익을 세입자에게 나눠주거나 전세금을 깎아주는 사람은 없다. 소유하지 않고서 이득을 남길 수는 없고 이득을 극대화하려면 반복적인 소유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긴 어렵다. 따라서 집을 매입하지도 않고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집으로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집을 사는 것’이다. 주위에 보면 경제적으로 집 살 능력이 어느 정도 있고 평소 부동산 투자에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정작 때가 오면 ‘결단’을 못 내리는 우유부단한 사람들이 꽤 있다. 이유를 물어보면 “강남 아파트 값이 아직 덜 내렸다”거나 “송파신도시 분양을 받겠다”는 등의 대답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이 사람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서울 강남 집값이 고점의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급락했을 때도 똑같은 말을 하면서 주택구입을 미룬 적이 있다. 기자가 볼 때 송파신도시는 청약대기자가 너무 많아 판교신도시 다음 가는 청약열풍이 불 것이 뻔하기 때문에 ‘꿈이 야무지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사람이 3, 4년 전에 수도권에서 웬만한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샀다면 약간의 ‘프리미엄’이나 ‘시세차익’을 손에 쥐었을 수 있다. 차익이 나지 않았더라도 세입자들은 느끼기 어려운 ‘집테크 신(新)세계’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매우 값진 프리미엄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이리저리 재기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단계적인 상승을 꿈꾸면서 ‘주택 소유’를 실천하는 것이 가족의 행복을 키우고 돈도 버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