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공개 매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금융시장은 대우건설의 주당 매도가격이 얼마나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매도가격에 따라 금호그룹의 자금 사정이 달라질 뿐 아니라 다른 기업의 구조조정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32.5%)과 재무적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39.6%)을 합친 72.1%를 주당 1만7283원 이상에 팔면 금호로선 풋백옵션(투자자가 기업에 약정한 가격대로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 행사에 따른 부담을 완전히 털어낼 수 있다. 하지만 매도가격이 그 금액에 못 미치면 추가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날 증시에서 대우건설 주가는 전 거래일(26일)보다 7% 오른 1만3750원에 마감됐다. 재무 리스크가 큰 금호그룹에서 분리된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한 결과다. 금호가 이날 종가에 대우건설 주식 72.1%를 전량 매도하면 총 3조2295억 원을 회수할 수 있다. 대우건설 주가가 올해 말까지 3만1500원을 밑돌면 금호는 재무적 투자자 지분 39.6%를 3만1500원에 사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4조595억 원이 필요하다. 29일 급등한 주가에 지분을 매도해도 금호로선 8300억 원(4조595억 원-3조2295억 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종가에다 20%가량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으면 총매각대금은 3조9083억 원에 그쳐 풋백옵션 상환에 1512억 원이 더 필요하다. 주당 매도가격이 1만7283원이면 풋백옵션 상환액과 같은 금액이 금호로 유입된다. 현 주가보다 40%가량 비싼 주당 1만9200원에 팔면 옵션을 모두 상환하고도 4501억 원이 남는다.
금융권에서는 금호그룹이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자산관리공사에 지불한 6조4255억 원(주당 2만6262원)을 모두 회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대기업들이 대형 건설사를 사들이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가격이 급등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박형렬 푸르덴셜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 지분 72.1%를 1만7283원에 판다 해도 그룹으로선 2조6000억 원대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수전에 나서는 기업이 없어 공개 매각에 실패하면 금호는 7월 말 이후 산업은행이 만든 사모펀드(PEF)에 대우건설 경영권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산은은 수조 원이 드는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산은이 동부그룹 계열인 동부메탈을 인수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고 있지만 3개월째 투자자를 확정짓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PEF 설립은 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산은 내부에선 PEF 설립에 5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