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는 하이브리드 장비를 갖췄더라도 에너지 효율 개선 정도가 낮거나 단순히 공회전 자동제어장치(IGS)만 장착한 자동차는 정부가 하이브리드 차량에 주는 세제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차량이 세제지원을 받으려면 지난해 연료별 평균 에너비 소비효율 대비 효율이 50% 이상 개선돼야 하고, 구동축전지의 전압은 60V를 넘어야 합니다.
지경부가 소비효율 외에 전압 기준을 별도로 설정한 이유는 신호대기 시 엔진이 자동으로 꺼지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시동이 걸리도록 하는 공회전 자동제어장치(IGS)만을 갖춘 무늬만 하이브리드인 자동차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이처럼 각국 정부가 앞장서서 친환경 차량에 대한 세제 지원책을 속속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인류의 기대가 큰가 봅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차가 과연 세상을 구원할까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고, 석유자원의 고갈도 연기시키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오히려 기자는 부정적인 편입니다. 하이브리드차는 같은 배기량의 일반 자동차에 비해 30% 정도 연료소모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습니다. 단순히 생각할 때 모든 자동차가 하이브리드차로 바뀌면 자동차가 소모하는 연료도 함께 30%가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람들의 소비행태를 무시한 기계적인 계산에 불과합니다.
한 예로 기름값이 치솟던 지난해 휘발유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줄었던 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휘발유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4.6%, 7월은 7.5%가 줄었습니다. 휘발유 가격이 L당 2000원에 육박하자 운전자들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고, 불필요한 나들이를 줄인 것이죠.
반대로 하이브리드차로 연료비가 줄어들면 기름값이 싸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운전자들의 자동차 이용률은 높아지게 됩니다. 연료비를 아끼려고 지하철이나 버스로 출퇴근하던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죠. 이런 논리로 하이브리드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도 본격적인 하이브리드차 시대로 들어가게 된 만큼 그에 따른 손익계산을 철저히 따져야 새로운 ‘문명의 이기(利器)’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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